☆˚ 맑음시
가을의 종이 울리면 맑음 전숙 가을의 종이 울리면 단풍잎은 흐느끼듯 붉은 신열에 달뜨는지 은사시향은 기약도 없는 그이를 기다리며 길목마다 서성이는지 은사시향에 취한 그대의 발길도 허방을 밟듯 허망을 앓는지 가을의 종이 울리면 코스모스 분홍가슴 절절이 젖어드는지 스쳐가는 갈바람 붙잡고 차라리 통곡하고 싶은지 백발 휘날리는 억새 휘몰이 손짓에 넋 놓고 끌려든 눈사위도 덩달아 방황하는지 시리도록 투명한 하늘바다에 스산한 마음 푹 담그어도 산비둘기 구구소리 처량하기만 한지 가을의 종이 울리면 뙤약볕소망을 흐벅지게 품고서 한 아름씩 씨방을 채우고도 처연하게 버티는 봉숭아 나신裸身에는 뭉툭한 아픔이 욱신거리는지 가을의 종이 울리면 노릇노릇 비워내는 은행나무 샛길가지 지나가는 눈썹달 자꾸만 주춤거리며 아쉬운 듯 가지마다 들러 가는지 가을의 종이 울리면 탱자는 쌉쌀한 향기로 제 속내 풀풀 썩혀 가는지 국화는 찬 서리에 오체투지 발원하여 뿌옇게 흐려지는 서러운 꽃들을 피워내는지 가을의 종이 울리면 눈길 닿는 곳마다 웬 그리운 눈물들이 소록소록 아른거리는지 마음 가는 처처마다 웬 쓸쓸한 바람들이 그렁그렁 불어나오는지 가을의 종이 울리면 꼭 붙들고 물어볼 일이다 200509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