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도 미망未忘
맑음 전숙
오매불망 기다린다 하더이다
물 맑은 백옥살결 눈부셔서
흰 구름도 그 살빛에 얼굴 비추어본다 하더이다
불타는 정염의 태양도 차마 고개 숙인다 하더이다
정결한 배꽃 같은
천상의 여인이
서방님 찾아 하강하여
동방화촉 밝힌 후에
쌍둥이 엄마가 되었다고도 하더이다
혹은 꿈결에도 정겨운 서방님
미처 못 찾아
흑비둘기 머언 눈빛에
한숨짓는다고도 하더이다
하늘 끝까지 날아오르는
황조롱이 울음소리에
가슴 젖어드는 사연
안타까이 띄운다 하더이다
잔잔한 파도에도
애틋한 마음
정처 없이 흔들린다 하더이다
태고의 기다림이
망부석인양 함초롬 서서 눈물짓는다 하더이다
망망한 남쪽 하늘에
풍란 향 그윽이 날리면
한 땀 한 땀 수놓이는 원추리 꽃대궁
목덜미 살짜기 붉어진다 하더이다
수평선 너머로 아득히
거세게 출렁이는 파도 따라
간절한 소식 오나
하늘 끝까지 차오르는 설레임
한소끔 일렁이면
가슴속이 바다밑바닥까지 뒤집어진다 하더이다
그럴 때면 물안개 속에 떠도는
덧없는 그리움
아흔 아홉 조각으로
잘게잘게 쪼개어
미련 흘리며
망망대해로 떠나보낸다 하더이다
망막에 또렷이 맺혀드는 님의 자취
반가운 눈물 채 마르기도 전에
눈길 엮이어 잡힐 듯 안기려면
돌아서서 떠나는 인정머리에
아쉬운 해후 갈기갈기 찢긴다 하더이다
남쪽바다에 고즈넉이 서있는 그 여인
반기는 마음에
먼발치서 벌써 눈물 뚝뚝 떨어져
흐려지는 시야에
백공단 베일 절절이 흘러내리면
뛰는 가슴 달래며
넋마저도 빼앗길
그대 고운 여인이여!
영원한 미망未忘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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