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맑음시

울돌목

전숙 2005. 8. 30. 11:39


        울돌목 맑음 전숙 우리, 젖은 가슴 맞대어보자 서로의 측은한 볼 비비며 설움에 겨운 눈물 핥아주자 절망의 탈출구에서 서로를 얼싸안고 부대껴보자 어쩌다 앞줄에서 차지한 선임자리 좁히고 좁혀보자 단소의 가녀린 지공(指孔)에 힘껏 날숨을 토해보자 청아한 울음소리에 하늘고막도 화알짝 떨리리니 나라의 명운을 뜨거운 심장으로 흐느껴보자 열셋의 비장함이 삼백삼십삼을 틀어쥐었다 숫자가 무슨 의미이랴 필사즉생(必死卽生)인 것을 민족의 피울음이 장군의 목울대에서 피를 토한다 열셋이 남과 북으로 철조망 긋더니 이제 동서도 부족하단 말인가 편 가르기 하다보면 종래에 남는 것 무엇이랴 내 몸에서도 선과 악이 갈리는데 내 편이 누구이고 네 편은 누구이리 너의 언 손을 내 따뜻한 가슴에서 녹이리니 서로의 몸으로 관류하며 약동하는 핏줄을 느껴보자 울돌목에서 서로를 부여잡고 통곡해보자 너를 아프게 했던 것들 나를 섭섭하게 했던 것들 장군의 대갈일성(大喝一聲)에 날려 보내자 으르렁대는 적의(敵意)에 부딪쳐 시퍼렇게 맺혀드는 멍자욱들 달래려 살풀이 해대는 우렁찬 소용돌이에 서로의 묵은 감정 정화해보자 나 아닌 너를 위해 울어보자 나 아닌 너를 위해 기원해보자 울돌목에 우리들의 기를 한데모아 봇물 터지 듯 큰 바다로 쏟아져가자 우리의 영웅, 장군의 독려에 힘을 받는다 물러서지 마라, 필사즉생(必死卽生)이다 우리 아이들에게 희망의 불씨를 지펴주자 젖은 가슴으로 지켜보는 명량대첩비* 장군의 목울대에서 사자후로 터져나오는 통한의 먹빛 눈물 또 받아 삼키랴 *명량대첩비: 숙종 때 해남군에 세움, 국가 대난大難 때면 비석에서 검은 물이 흘러나옴
    국악명상 - 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