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맑음시

♧염라대왕전(前) 아뢰오♧

전숙 2005. 8. 29. 21:56

♧염라대왕전(前) 아뢰오♧

  

                                     전 숙(맑음)

이노옴 네 죄를 네가 알렸다
아무리 염대왕이시기로
초면에 다짜고짜 놈 자요
그래~ 어디 자네 죄를 말씀해보시게나
진작 그러셔야지요
시방 지구에서는 자유평등사상이
강아지에게까지 뻗쳐 견권(犬權)까지
부르짖는 사람이 있답니다요
그나저나 제 죄를 말씀 올릴 것 같으면
글씨 죄가 있는 것도 같고
결백한 것도 같으니
판단은 염대왕께 맡기오
정직하게 산다고 살았는데
양심에 약간 걸리는 부분도 있사옵고
부모봉양 성의껏 하였으나 부모님
기대에 미치지는 못한 것 같사옵고
종종종 열심히 산 것 같으나
크게 이룬 일도 없사옵고
착하게 살았다고 자부하나
남에게 상처 준 일이 전혀 없다고
장담도 못하옵고
가장 크게 심혈을 기울인 것은
자식농사이온데
그것도 결과는 신통치 않고
재물 욕심냈사오나 재벌도 못되옵고
권력에 빌붙어 악착같이 따랐으나
지나보니 뜬구름만 잡았었고
옳은 일을 위해
몸바쳐서 싸운 바는 없으나
심정적으로 동조는 했읍지요
불우이웃도 나름대로 돕기는 했으나
이것 입네 내놓을 것은 없구먼요
네 이놈, 놈 자는 네가 번 줄 알아라
이것도 아니옵고 저것도 아니오면
나더러 어떻게 판결하란 말이더냐
너는 햄릿의
이것이냐 저것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라는
유명한 대사도 모르느냐
염대왕 조금 각색은 되었으나
대충 그런 뜻입지요
그렇지만 그것은 몇 백년 전 인간들이
아직 순진할 때 이야기지요
자기 속내를 남에게
그대로 들어내도 될 때
유행한 대사이옵지요
요즘 대한민국에서는 양비론이라는
화법이 기세를 떨치는데요
같이죽자는 물귀신 화법이라나요
어떨 때는 자신들도
자기 마음을 잘 모른답니다
언론이라는 요물단지가
인간들 생각을
좌지우지 한답니다요
저는 듣고 배운 대로 행했사온데
무엇이 잘못인지요
아! 한가지 확실히 잘못한 것은
있는 것 같습니다
내 말만 옳다하고 남의 말은
귓구멍 틀어막고 안 들었지요
그렇지만 제 생각에 그것은
법적으로는 무죄인 것 같은데요
이노옴 그것이 하늘에서는
죄 중에서 가장 큰 죄로다
남의 말을 들어 주어야
예수님의 사랑도, 공자 님의 仁사상도
부처님의 자비심도 동(動)하는 법이건만
귓구멍을 틀어막았으니
양비론인가가 득세를 하는 게지
사람 인(人) 자 만들 때도
둘이 기대어 살라고
두 개 붙여 만들지 않았더냐
내 마음을 결정했으니
네 죄를 판결하겠다
다음 생은 애완견으로 태어나
못된 주인 만나서
고막제거수술 성대수술 받게 하여
평생 듣지도 짖지도 못하게 하라
염대왕 듣지는 못하여도
말만은 하게 해주오
답답해서 어찌 살라구요
이놈아 당치않다
너 혼자 짖어봐야
너처럼 귓구멍 틀어막고
남의 말은 안 듣는 세상에서
혼자 짖어 뭘 할려고
즉시 시행하렷다
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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