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맑음시

감사(監査) 받는 날

전숙 2005. 8. 29. 14:59
 

 
 
『내면의 초상』2003년도  사비나미술관
 
 
감사(監査) 받는 날

                                    맑음 전숙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포도청에 순명한답시고
생업에 매달려 끌려 다니는 꼴이라니
쯧쯧, 간도 쓸개도 빼놓는다던가
 
 
나름대로 열심히 일했다 자부해보지만
문서로 받는 감사는
내 행적을 모두 문자화 숫자화 시킨 것만
감사의 대상이 되네
ㄱㄴㄷ, 123, ABC, 天地玄.......
표기되지 않는 행위는 지우개로 지워진 인생이네
저장되지 않고 날아가 버린 꿈이네
 
 
그나마 오히려 다행인 듯도 하네
남에게 보이기 싫은 것들
들키기 싫은 것들은
문서에 쓰지 않았네
그것들은 그냥 넘어가네
후유~, 안심이네
 
 
또 다른 차원에서의 삶에서는
문서는 보지 않고
살아온 행적만을 감사한다는데
속마음 감추고
천연덕스럽게 에헴,
성인군자인척 했던
내면의 흉측한 모습을
어찌 감사 받을꼬
 
 
등줄기에 식은땀이 흐르고
심장이 벌렁거리네
                              
 
200507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