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맑음시

심봉사 겁 없이 뛰어들다

전숙 2005. 8. 27. 09:41
 

심봉사 겁 없이 뛰어들다

 

                                              맑음 전숙

 


분명 좌회전 화살표를 보고 핸들을 꺾었는데

막차 탄 투기 티켓이

팔차선을 미처 다 건너기 전에

신호가 바뀌었나보다


막차 지나는 시간 지루한

대기선 부동산 눈치다리들

쌍라이트 번뜩이고 경적도 요란하더니

벌써 판교 지나 핵심도시로

발 빠르게 악셀레이터를 밟아버렸다

심란한 막차의 핸들 뒤죽박죽으로 엉켜들고 만다


사지의 사거리를 용케

목숨 줄 부여잡고 통과하니

심장이 오그라들어

그만 브레이크를 콱 밟고

오른 깜박이로 잠시 숨을 고른다

오래 묵은 <중년의 인기가요> 테이프에서는

‘한치 앞도 모르는데’와 ‘접시 깨지는 소리’가 흔들거린다


흰 지팡이 하나에 의지해 점자블록을 따라 걷다가

갑자기 끊어져버린 블록에 황당해하는데

누군가 내미는 도움의 손길에

타고자 하는 버스에 올라앉아

오늘도 무탈하게 하루를 건넜구나 가슴 쓸어내린다


눈 뜨여 줄 효녀심청이 실종된

아니면 너무 넘쳐나는 

새천년의 문턱에서

점자안내판을 더듬거리며

답답한 어둠속 눈 밝혀준다고

유도블록 겁 없이 따라 걷다가

복개된 눈물샘에 뛰어들어

뇌사腦死 당하지는 않을는지


‘한치 앞도 모르는데’ 엇박자 음표가

바람 든 알루미늄 상판

펄펄 포옹해대는 태양의 정열에

한껏 늘어지더니

다시 ‘접시 깨지는 소리’로 뒤엉켜들었다

                                                20050827

'☆˚ 맑음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허수아비의 꿈 (참새가 된 허수아비)  (0) 2005.08.27
봉숭아 꽃물  (0) 2005.08.27
백도 미망  (0) 2005.08.26
완화요법*에 대한 小考  (0) 2005.08.26
불효자는 웁니다  (0) 2005.08.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