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맑음시

박영희 집에 다녀와서

전숙 2005. 8. 25. 18:09

 

                 

 

               

           박영희 집에 다녀와서

                                                     전숙

 

오늘은 문화 초등학교 선상님
박영희가 우리 사이 회 친구들을 초대한 날이야,
고 이쁜 꽃들은 아쉽게도 많이 졌지만
꽃 진 자리에 여린 잎들이
부끄러운 듯 고개를 반만 내밀고 있었어.
날이 너무 좋은 탓인지 결혼식이며
 기타 행사가 많아서
많은 친구들이 참석하지 못해 정말 섭섭하더라고.
영희 집에 가는 길은 꺾이는 길이 너무 많아서
나 같은 길치는 죽어도 혼자 못 찾아가지만
 광주에서 10 여분 밖에
안 걸리는 고서면 선비마을이야.
마을 입구에 선비식당이 있으니
그 집을 이정표로 삼아도 되겠더라.
영희 집에는 철수는 없고 오승호 씨라는 분이
 영희 바깥양반이라는 구만.
바둑이는 며칠 전에 하늘나라에 가서
 영희네 아바이께서 추모 중이셨어.
집에 떡~ 들어서니 웬 향기?
온갖 과일나무에 뒤꼍에는 대숲이 살랑거리고
거실 유리창 밖에는 앞산의 소나무 대나무들이
그야말로 울울창창히 숲을 이루고 있는데
 어떤 새인지 알 수 없으나
기특한 고 녀석이 우리를 환영한다며
한껏 뽐내어 노래를 부르더라고.
천정 서까래는 오십 년 된 전주 고가에서
 공수해 온 것이라는데
황토를 삼십 톤 발라서 집을 지었대. (내가 잘못 들었나?)
밖이 아무리 더워도 집안 온도는 26 도 정도래.
멀리 피서갈 일 없더라고. 상추와 삼겹살 몇 근이면
만사 오케바리.
거실 벽에는 미켈란젤로가 울고 가는
십장생 벽화와 금강산 그림이 있는데
영희 동생이 직접 그렸다는 거야.
참새는 아니지만 금강산 비룡폭포에서 손 씻을 뻔했다니까.
오장학사님께서 손수 구워주시는 삼겹살에 군 마늘을
상치, 새송이, 솔, 오이, 적근대, 갓에 한 입 싸서
잰피라는 허브 한 이파리를 넣고 입에 넣으면
오장학사님이 영희 남편인지 정숙이 남자 친구인지
분간을 못할 정도로 환상이야.
여기서 상식 하나
상치는 월담초고 일명 부추라는 솔은 파옥초래.
그 뜻이 뭐냐 하면 거시기에는 부추가 약효 만땅이라
집을 부수고 온 집터에 부추를 심는다는 뜻이고
상추는 비리비리해서 담밖으로 던져버린다는 뜻이라는 구만.
고경하와 혜경46의 해석인디
나는 순진혀서 뭔 말인지 통 모르겄구만.
부녀회장님 정윤이가 쑥부쟁이 나물을
 얼마나 맛있게 묻혔던지
남으면 집에 싸가려던 효숙이의 꿈이 사라져 버리게
 다 먹어치운 겨.
여사님들 식욕 대단혀. 내가 제일 잘하는 요리는 과일씻기라,
딸기는 내가 씻었구만.
맨날 먹는 이야기만 허는 것 같아 화제를 돌려야 하는디
오장학사님이 직접 만드셨다는 뽕잎 차의 향기는
 그래도 빼놓을 수가 없네 그려.
방바닥은 대청마루처럼 원목으로 깔았는디
우리 온다고 주인장께서
이틀 전부터 군불을 때 놓으셨다는 거야.
이거, 황송해서 어쩌나!
작은 방은 옥돌 찜질방인디
아이구~ 뼛속까지 시원해불구만 잉.
영희 네는 교대 동기동창인디 핵교 다닐 때는
한 번도 얼굴 마주친 적이 없었대나.
이유는 오선상님이 너무 샌님이라
 여학생들과 눈을 한 번도 안 맞추었다던가?
반이 틀렸다던가? 필자가 잠깐 존 관계로
사실관계 불투명하나 그냥 넘어가고
막상 만난 것은 구례에서 만났는디 연애담
다 쓸려면 오늘밤 날새야 하니 접어두고
아무튼 오 선상님이 죽어라 영희한테 사정을 혀서
꽃 같은 영희를 색시로 얻었다는 이야기입니당.~
영광댁 혜경이 사는 야그도 정말 재미있었는디 지면관계로
거두절미하고 신혼여행을 42 일 동안 전국투어를 했다는구만.
누가 지보고 전여고 사십이 회 아니랄까 봐
그 날수 채우느라고 엄청 고생혀부렀다 잉.
오는 길에 영희네 텃밭에서 갓이며 파옥초며 케일이며 뜯어와서
저녁상에 올리니 오늘 나들이는 지화자에 얼씨구로구나.
참석한 친구들- 무순서임. 박영희, 오승호(영희 짝꿍), 오주연,
김혜경, 김정윤, 고경하, 박영숙(구례), 김효숙, 김정숙, 전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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