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맑음시

칼에는 피고랑이 흐르네

전숙 2005. 8. 3. 01:07
    <칼에는 피고랑이 흐르네 > - 맑음 전숙 - 세상 만물은 저마다 생겨난 이유 있다하네 칼은 무슨 이유로 생겨났나 생때같은 펄펄 뛰는 어느 명줄 끊어 굶주린 피고랑 타고 흘러내리는 한恨 맺힌 비린 핏맛을 보려는가 차라리 아니 생겨 나옴만 못하네 칼은 반항해 보지만 피고랑은 칼의 허기를 땅기네 머리는 아니라고 손사래 쳐도 피고랑은 저의 텅 빈 내장 채워 흘러갈 새 피를 부르네 칼는 발을 구르고 소리쳐 울어보네 아무리 버팅겨 보아도 어느새 피고랑에 질질 끌려가네 두 눈 질끈 감고 파르르 떨면서 칼질을 하네 피고랑은 만복의 노래를 부르고 칼은 질퍽한 피로 물든 두 손 차라리 그만 잘라내고 싶네 칼은 징징 울면서 어머니 태중에서 그러했듯이 한껏 작게 웅크리고 여전히 훌쩍이며 두 손 무릎사이에 끼우고 설운 잠이 드네 다시는 악몽을 꾸지 않게 차라리 깨지 말고 내쳐 자고 싶네 피고랑이 부르지 못하는 그 곳에서 큰대자로 누워 저 하고 싶은 대로 제 칼날에 절단 난 명줄들 다시 이어내고 싶네 정겨운 듯 제 몸에 파고들며 철철 흐르는 원초적 본능, 제 몸에 든 피고랑 세월의 흙먼지에 무딘 주름으로 메이어 고개 숙인 잔등성이 붉디붉게 물들어 가면 한 점 검버섯으로 놓여나려나 2005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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