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맑음시

신의 완장들

전숙 2005. 8. 5. 12:25

신의 완장들

 

                                        맑음 전숙

 

 <신은 죽었다>

 니이체 시대의 신은 그렇게 말없이 떠났다

기대하시라! 이 시대에 신들이 부활한다

신들을 부활시키는 것은 신의 완장들이다

게거품을 물고 신을 외쳐댄다

신을 믿으라 정보가 너의 것이요,

 이권이 눈앞에 있다

신은 몸살이 날 지경이다

 

신은 완장들에 의해 선악이 구별된다

신의 완장들은 너무 똑똑하다

신보다 항상 한 발 앞서 나간다

완장들의 등에 업힌 신들은 자유의지가 없다

 아니, 신의 심중

완장들이 미리 제 생각대로 파악하여

 인간들에게 전하므로

 신은 점잖은 처지에

 ‘아니다’라고 뒷말 하실 수도 없어

입맛만 다시게 된다

 

신의 완장들은 더욱 신이 난다

보아라, 내 말이 맞지?

내 말이 곧 신의 말이다

완장들은 이제 등에 업은 신은 보이지도 않는다

자신들이 신이 되어간다

 

완장을 벗어던져라

새 교주님이 탄생하셨다!

신의 제자가 신이 되었다

신의 아들이 신이 되었다

사이비가 진짜가 되었다

 

오, 신이시여 나에게 오시어 내가 되소서

내가 신이 되겠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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