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완장들
맑음 전숙
<신은 죽었다>
니이체 시대의 신은 그렇게 말없이 떠났다
기대하시라! 이 시대에 신들이 부활한다
신들을 부활시키는 것은 신의 완장들이다
게거품을 물고 신을 외쳐댄다
신을 믿으라 정보가 너의 것이요,
이권이 눈앞에 있다
신은 몸살이 날 지경이다
신은 완장들에 의해 선악이 구별된다
신의 완장들은 너무 똑똑하다
신보다 항상 한 발 앞서 나간다
완장들의 등에 업힌 신들은 자유의지가 없다
아니, 신의 심중
완장들이 미리 제 생각대로 파악하여
인간들에게 전하므로
신은 점잖은 처지에
‘아니다’라고 뒷말 하실 수도 없어
입맛만 다시게 된다
신의 완장들은 더욱 신이 난다
보아라, 내 말이 맞지?
내 말이 곧 신의 말이다
완장들은 이제 등에 업은 신은 보이지도 않는다
자신들이 신이 되어간다
완장을 벗어던져라
새 교주님이 탄생하셨다!
신의 제자가 신이 되었다
신의 아들이 신이 되었다
사이비가 진짜가 되었다
오, 신이시여 나에게 오시어 내가 되소서
내가 신이 되겠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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