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맑음시

도시의 불빛

전숙 2016. 12. 19. 1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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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시의 불빛** * 전숙* 꽃들이 피어나고 있었다 새들이 날개치고 있었다 도시의 불빛이 별빛처럼 일렁이고 있었다 나하고 아무 까닭 없는 일렁임일지라도 저 흔들림 중에 하나이고 싶다 내 가여운 심장이 생의 아스라한 벼랑을 오를 때 까치발로 기다리는 독도의 땅채송화처럼 너의 애틋한 불빛에 기대고 싶다 우리 서로 다른 궤도를 돌아 우리가 살아가는 동안에 서로의 마음 한 조각 기쁘게 베어 물지 못한다 해도 너와 함께 일렁이고 싶다 서로 모르는 향기의 스침 서로 느끼지 못하는 바람의 혀처럼 내가 모르는 너 네가 모르는 나 내 안의 너 네 안의 나 우리는 그렇게 서로를 그리며 우리는 그렇게 서로를 모르며 고독의 바다에 난파선으로 떠있으리 이제 그만 떠돌라고 외로운 바람처럼 울먹이지 말라고 어디선가 땅채송화처럼 까치발로 웃고 있을 너 같은 소설에 같이 날개치고 같은 시집에 같이 피어나는 일이, 우리 서로 별빛처럼 애틋하게 일렁이는 것만으로도 우리 서로 살아갈 까닭이 되는 그런 기적이, 우리를 빗방울처럼 적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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