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맑음시

-가사-꽃잎의 흉터-일본군 종군위안부 피해자님을 위한 씻김굿

전숙 2016. 11. 14. 12:50



-가사시-


꽃잎의 흉터

-일본군 종군위안부 피해자님을 위한 씻김굿-

 

                                                                         전숙


 

. 흉터

. 북소리

. 고풀이

. 씻김

. 길 닦음

 

 

 

. 흉터

 

꽃잎은 한 장 한 장 꽃으로 피어나지

꽃잎 한 장이 멍들고 아프면

꽃송이 전체도 멍들고 아프지

저 혼자만 살겠다고 아픈 꽃잎 떼어내면

다리 떼면 못 걷고 손을 떼면 일 못하고

눈을 떼면 못 보고 입을 떼면 못 먹지

꽃잎 한 장 아프면 같이 앓고 울어야지

보듬어 같이 낫고 얼러서 달래야지

평생을 안고 갈 흉터 진 꽃잎들

흉터는 아픔의 사무친 기억이지

상처에서 고통의 육즙이 흘러넘쳐

뼈대에 각인된 갑골문자의 골처럼

움푹 파인 생살의 눈물로 씌어진

진실의 눈에 눈부처로 비치는 상형문자

꿈을 날다 덫에 걸린 아기새 한 마리

꿈을 꾸고 꿈을 찾아 길을 나선 선재동자

향기를 짓고자 길을 나선 꽃잎들

꽃길에 매복한 흉악한 도적떼들

어여쁘고 부드럽고 순결하고 연약한

꽃잎은 찢기고 멍들고 스러지고

너덜너덜 해진 꽃잎 흉터로 뒤덮였지

죽어도 꽃의 시간은 돌이키지 못하지

죽어도 꽃의 시간은 돌이키지 못하지.

 

. 북소리

 

쾅쾅쾅 쾅쾅쾅 북소리가 들렸지요

태풍이 몰려오는 소리인 줄 알았지요

아니에요 아니에요 미친바람이 몰아쳤지요

밭에서 호미질하던 부지런한 꽃잎 한 장

마당에서 팔방놀이하던 철부지 꽃잎 한 장

우물에서 물을 긷던 살림꾼 꽃잎 한 장

아버지를 걱정하던 효녀심청 꽃잎 한 장

지주집에서 품 팔던 가난한 꽃잎 한 장

함초롬히 피어난 복숭아 볼에는

어릴 적 솜털이 살랑살랑 보송보송

어여쁜 꽃잎들이 광풍에 날렸지요

쌀밥을 배불리 먹을 수 있다고

대물린 가난을 벗어날 수 있다고

편하고 돈 버는 일자리를 주겠다고

하고 싶은 공부를 원 없이 시켜준다

큰돈을 벌수 있다 좋은 옷을 입혀준다

천황께 몸 바치면 좋은 대우 받는다고

손에는 다디단 말 은쟁반에 받쳐 들고

등 뒤에는 채찍과 몽둥이와 거짓말을

까치밥 홍시처럼 새빨갛게 숨겼지요

제복 입은 남자에게 끈에 묶여 끌려갔지요

싱가포르 일본공장에서 일할 여성을 모집한다는

신문의 광고를 보고서 지원했지요

미친바람에 업혀가니 아수라장 전쟁터

사자 같은 아가리의 군부대 위안소

꽃잎들이 갈가리 찢기는 구간지옥

쾅쾅쾅 쾅쾅쾅 북소리가 들렸지요

심장이 터져서 핏덩이를 쏟았지요

사나운 짐승들에게 짓밟히는 꽃잎들

사나운 짐승들에게 짓밟히는 꽃잎들

 

. 고풀이

 

미친 군인 100명에 짓밟힐 꽃잎을 찾았지요

나서지 않은 꽃잎 15장을 무참하게 꺾었지요

발가벗긴 꽃잎의 머리와 발을 잡아

못을 박은 판자 위에 데굴데굴 굴렸지요

선혈이 낭자하고

생살점이 너덜거렸지요

천지가 통곡하고 온 세상이 캄캄했지요

광풍은 못판 위 꽃잎 목을 내리쳤지요

두려움에 사무쳐서 새파래진 꽃잎들

중대장 광풍은 세차게 몰아쳤지요

위안부들이 고기를 먹고 싶어 운다고

광풍들은 꽃잎의 머리를 끓였지요

나무칼을 휘두르며 억지로 먹였지요

토하고 토해도 이미 삼킨 꽃잎은

우리의 핏줄에서 울먹울먹 흘렀지요

해를 봐도 달을 봐도 울먹울먹 흘렀지요

 

미친 대대장은 니시하라 광풍

미친 중대장은 야마모토 광풍

미친 소대장은 가네야마 광풍

 

한 장교광풍은 철봉을 꽃문에 꽂았지요

꽃잎은 비명도 못 지르고 파닥파닥

허공을 할퀴다가 혀를 문 채 떠났지요

매독에 걸린 것을 신고하지 않았다고

벌겋게 달군 철막대를 씨방에 넣었지요

재가 된 꽃잎은 눈을 뜬 채 산화하고

뽑아낸 막대의 검게 탄 살점에

지저귀던 방울새도 노래를 멈추고

부르르 부르르 부리를 떨었지요

 

너무나 참혹하다고요?

인간존엄성이 짓밟혔다고요?

성착취를 당했다고요?

노동착취를 당했다고요?

정신대와 위안부는 완전히 다르다고요?

용어를 정리하자고요?

과거사로 돌리자고요?

정리된 용어가 고 풀 듯 술술술

꽃잎들의 억울함을, 통한을 풀어주나요

꽃잎들도 이 나라 꽃송이의 딸이어요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조물주의 피조물이어요

아버지는 어디에서 꽃잎을 지켰나요

어머니는 어디에서 꽃잎을 지켰나요

오라비는 어디에서 꽃잎을 지켰나요

나라는 어디에서 꽃잎을 지켰나요

신께서는 어디에서 꽃잎을 지켰나요

악마들이 고문을 잔치처럼 즐길 때

모두들 어디에 어디에 있었나요

누구의 과거사지요?

누가 잊었나요?

꽃잎이 임신했다고 미친 군의관은 배를 갈랐지요

파닥거리는 씨방을 태아째 들어냈지요

누구의 과거사지요?

누가 잊었나요?

조센삐 조센삐 공중변소라 놀리면서

하루에 100명의 미친 군인들이

하루에 100번 죽는 꽃문을 들락거렸지요

누구의 과거사지요?

누가 잊었나요?

못 견뎌서 못 견뎌서 지옥을 도망쳤지요

길 잃은 어린 새처럼 파닥거리는 꽃잎에게

도망친 죄라고 철봉으로 후려쳤지요

폭탄 맞은 바위처럼 산산이 부서졌지요

꽃잎의 뇌수가 피눈물처럼 흘러내렸지요

70년이 지나도 그 상처 선연하지요

도망쳤다고 악랄한 물고문을 당했지요

고무호스를 입에 넣고 물줄기를 틀어댔지요

부풀어 오르는 복부 위에 널빤지를 올려놓고

미친 군인들이 올라서서 널뛰기하듯 뛰었지요

입에서는 물줄기가 분수처럼 솟았지요

기절할 때까지 악마들은 지치지도 않았지요

여름날 장맛비처럼 고문은 쏟아졌지요

누구의 과거사지요?

누가 잊었나요?

발목을 끈으로 친친친 묶어서

기둥에 거꾸로 대롱대롱 매달고

셀 수 없는 바늘이 꽂아진 몽둥이에

화장을 시키듯 먹물을 바르고

꽃잎들의 입속에 강제로 쑤셔박았지요

앞니가 부러지고 입속은 만신창이

바늘에 찔린 혓바닥은 화롯불에 타는 듯

붉디붉은 선혈이 뿜어져 나왔지요

누구의 과거지요?

누가 잊었나요?

악마는 마디마디에 문신을 새겼지요

투명하고 뽀얗던 꽃잎의 길 위에

캄캄한 먹물이 매듭매듭 뿌려졌지요

기절한 꽃잎들을 마차에 실어서

짐승들이 우글거리는 들판에 버렸지요

중국인 남자가 광풍 몰래 엿보다가

숨결이 남아있는 꽃잎을 옮겨서

지극한 정성으로 두 달간 돌보았지요

꽃잎은 남의 나라 이름도 모르는 오라비에게

모질고 모진 목숨 눈물로 빚졌지요

누구의 과거사지요?

누가 잊었나요?

혓바닥에 아직도 꿈틀거리는 먹빛은,

입술에 돋아나는 바늘의 아픔은,

미친바람이 무릎 꿇고 용서를 빌 때까지

혓바닥을 울리고 입술을 뒤틀겠지요

꽃잎의 등 아래는 파랗고 둥근 반점

염주처럼 줄줄이 새겨져 있지요

복부에는 낙서 같은 무늬가 있지요

광풍들은 재미있는 놀이처럼 즐기며

울부짖는 꽃잎을 웃으며 학대했지요

버려진 버러지처럼 손가락으로 짓뭉갰지요

찢어진 낙엽처럼 발바닥으로 짓밟았지요

시모노세키에서 대만으로 광동으로 방콕으로

사이공으로 싱가폴로 자카르타로 뉴기니아로

수마트라로 마랑으로 랑군으로 끌고 다니며

마약주사를 맞히고 하루에 50명씩

토요일 일요일 주말에는 100명씩

마약주사도 네다섯 대씩 한꺼번에 맞혔지요

미친 장교들이 제 말을 따르지 않는다고

내키는 대로 꽃잎에 칼질을 해댔지요

칼자국은 칠십년을 굼벵이처럼 건너도

방금 맞은 칼날처럼 핏발이 성성한데

죄도 없이 비는 꽃잎 담뱃불로 지지고

길가에 뒹구는 돌멩이처럼 걷어찼지요

누구의 과거사지요?

누가 잊었나요?

낙화는 흔들릴 때마다 쏟아져 내렸지요

금계랍 수 십 개에 떨어진 꽃잎들

창틀에 목을 매고 떨어진 꽃잎들

낙화에서 모질게 살아남은 꽃잎들

병들어 쓸모가 없어지면 죽였지요

꽃문을 권총으로 쏴 죽인 광풍들

구덩이에 던져서 불에 태워 죽이고

꽁꽁 언 주먹밥에 수은 넣어 죽이고

우물에 던져서 생매장을 했지요

광풍에 휩쓸려간 꽃잎은 이십만

광풍에서 건져낸 꽃잎은 이백삼십팔

아직도 타국에서 울부짖을 아픈 영혼

아무도 아픈 손을 잡아 주지 못하고

아무도 기막힌 한 풀어주지 못하고

기억도 못하고 기억도 안하고

강인지 바다인지 골짝인지 사막인지

헤매고 헤매고 헤매고 헤매도

낮에는 나락이고 밤에는 벼랑이고

지옥의 시간이 언젠가 끝나겠지

언젠가 집으로 돌아갈 수 있겠지

꿈속에서 웃어주는 어머니를 그리며

죽음보다 캄캄한 하루하루 견뎠지요

겨우 살아 돌아오니 아버지는 옥사하고

그리던 어머니는 대들보에 목매고

산보다 높을 줄 알았던 내 이웃

강보다 깊을 줄 알았던 내 가족

바다보다 넓을 줄 알았던 내 나라

꽃잎들이 부끄럽다고 걸레처럼 외면하고

손가락질하고 떠밀어내고 뒷방에 숨겼지요

바람에 흔들리고 강물에 떠밀리고

바위에 부딪히고 바다에 빠져서도

모질고 모진 목숨 모질게도 남았지요

너덜너덜 해진 가슴 기우며 기우며

머나먼 고향의 순해진 강기슭에

상처뿐인 꽃잎을 눕힐 날을 그리며

뜬구름 부평초 되어 흘러 다닌 한평생

뜬구름 부평초 되어 흘러 다닌 한평생.

 

 

. 씻김

 

태워도 태워도 지워도 지워도

불가사리처럼 되살아나는 시커먼 치욕이여

생수처럼 솟아나는 아픔의 강에서

뿌리째 허우적거리는 가여운 꽃이여

팔십이 되어도, 구십이 되어도,

달빛이 되어도, 별빛이 되어도

언제나 열다섯 여드름 같은 꽃이여

꽃으로 피지 못한 원통한 꽃이여

 

오늘 아침 찧어낸 햅쌀 같은 여중생

사춘기라고, 뾰루지 몇 개 솟았다고,

엄마에게 잉잉거리며 팔짝팔짝 짜증내는

곱게 피겠다고 까치발 들고 멋 부리는 꽃이여

 

어머니, 어머니,

그 어린 꽃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습니까?

일본군의 흉악한 수욕에 짓밟혀

배꽃 같은 순결은 흔적 없이 뭉개지고

짐승들의 욕정의 하수구가 되었습니다

하얗고 성스러운 꽃망울은 날마다

수십의 칼날에 수 천 번 난도질

어머니, 꽃들은 수치를 버렸습니다

비바람 폭풍 속에 가녀린 꽃잎은

천 갈래 만 갈래 찢기고 짓이겨져

해가 뜨고 달이 떠도 해가 지고 달이 져도

분노와 절망의 소낙비가 내렸습니다

어머니, 어머니,

이보다 더 큰 울음소리를 들어보셨는지요?

육천의 매듭마다 골목길 샛길까지

오욕의 먹물이 새카맣게 스며들었습니다

구렁이 같은 문신이 휘감아 옥죄고,

순전한 영혼까지 악마처럼 파먹었습니다

세월이 흘러도 자라지 못 했습니다

열여섯 집 떠날 때 그 아픈 나이에서

고장 난 시계처럼 시침도 분침도

가는 것을 멈추고 꽃도 멈추었습니다

어떤 꽃은 임신한 배를 난자당해 죽고

어떤 꽃은 이국의 구덩이에서 불에 태워지고

어떤 꽃은 사나운 발길질에 혼절했지요

 

언젠가는 따뜻한 집으로 돌아가리라

갈기갈기 찢기고 찢긴 꽃잎도

어머니 품안에 아늑하게 안기면

그 상처 온전히 없던 일처럼 치유되리라

가슴에서 뚝뚝 선혈을 흘리며

가시철조망을 넘고 넘어 집으로 돌아오니

그리던 굴뚝의 연기는 말이 없고

지붕은 흔적 없이 먼지처럼 사라지고

어머니는 꽃을 기다리다 사립에서 돌아가셨다지요

어머니, 어머니,

어머니, 어머니,

찢긴 꽃은 마르지 않는 눈물의 강이 되었습니다

밤마다 울부짖는 날선 칼이 되어서

구렁이처럼 휘감긴 오욕의 시간을

한 점 한 점 칼날을 세워서 도려내었습니다

 

먹물에 수장당한 세상에서 가장 아픈 꽃들아

은하수에 씻기어 배꽃처럼 하얘져라

한평생 흘러간 꽃들의 눈물아

주인을 희게 씻어줄 은하수가 되어라

주인을 희게 씻어줄 은하수가 되어라.

 

 

. 길 닦음

 

사립문에 널브러진 코고무신 한 켤레

주인은 어디 갔나?

주인은 어디 갔나?

하늘가에 낭자한 붉디붉은 울음소리

각혈 같은 석류에 알알이 박혔네

 

산 넘고 바다 건너 정처 없이 끌려간 꽃

한 놈, 두 놈, 세 놈, 네 놈

스무 놈, 서른 놈, 마흔 놈, 쉰 놈

헤다가 헤다가 짚다발처럼 무너져도

쓰나미처럼 덮쳐오는 독사들의 송곳니

 

반딧불처럼 반짝반짝 돋아나는 호기심

여드름 올록볼록 사춘기 꽃망울에

주먹 쥔 꽃잎마다 검붉은 피멍이네

꽃이 할 수 있는 일은

소리 없는 비명이네

하늘은 눈을 가리고 땅은 입을 다물었네

어머니, 어머니,

아픔을 견디려

어머니, 어머니,

수치를 버리려

어머니, 어머니,

오욕을 씻으려

 

울어라 소녀야

울어라 소녀야

세상에서 가장 깨끗한 소녀야

세상에서 가장 어여쁜 소녀야

세상에서 가장 고귀한 소녀야

 

봉선화는 저고리에 고개를 묻고

무궁화는 바닥에 정신줄을 놓은 채

세상에서 가장 큰 울음을 울어라

눈물강 눈물바다 눈물하늘 눈물땅

강바닥엔 죽창 같은 송곳이 꽂히고

비빌 언덕은 울울창창 가시울타리

해가 뜨면 햇살은 칼날

달이 뜨면 달빛은 아귀

비가 오면 빗줄기는 몽둥이

눈이 오면 눈발은 채찍 

밥에는 수은덩어리

우물에 던져지고

구덩이에 생매장

불을 놓고 총질하고

불러오는 배는 칼로 난도질

꽃은 생명의 뿌리를 잃었네

꽃은 발 디딜 대지를 잃었네

꽃은 쬐일 햇빛을 잃었네

꽃은 기댈 달빛을 잃었네

 

살아도 어둠의 시간

죽어도 어둠의 시간

꽃의 대낮을 캄캄하게 뺏긴 꽃

찢기고 밟히고 짓이겨진 꽃의 꿈

꽃의 기억을 까맣게 잊은 꽃

구덩이에서 함성처럼 들려오는 쳐 죽일 놈들

우물에서 꾸짖듯 들려오는 쳐 죽일 놈들

살아있어도 죽은 꽃

살아있어도 잊힌 꽃

살아있어도 지워진 꽃

살아있어도 숨겨진 꽃

누구도 지켜주지 못한 한 맺힌 꽃,

 

스스로를 지키려는 눈물겨운 몸부림

주먹을 쥐고 바르르 한평생을 떠는 일

쳐 죽일 놈들” “쳐 죽일 놈들

터져버린 심장으로 호되게 꾸짖는 일

들이쉬는 숨결은 천근 바윗돌

내쉬는 숨결은 만근 먹구름

 

누가 꺾었나 어여쁜 꽃송이

누가 밟았나 순결한 꽃송이

누가 버렸나 고귀한 꽃송이

죄 없이 죄인인 죄 없이 쫓겨난

세상에서 가장 억울한 꽃송이

세상에서 가장 아픈 꽃송이

 

천지의 눈물 위에 띄워 보낸 꽃송이

이제 그만 아프게

이제 그만 서럽게 

천지의 눈물로 희게 씻긴 꽃송이

 

사립문에 널브러진 코고무신 한 켤레

주인은 어디 갔나?

주인은 어디 갔나?

 

앞산에 뻐꾸기 따라 달래냉이 캐는가

앞산에 뻐꾸기 따라 달래냉이 캐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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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가사시는 일본 종군위안부피해자님들의 증언을 토대로 창작되었습니다.

 

 

  

 

우수상 수상소감

 

위안부할머니들의 이야기를 접할 때마다 피가 거꾸로 솟구치고 심장이 쿵쾅거렸습니다. 이야기를 듣는 것만으로도 이럴진대 그것이 현실이었던 그분들은 오죽하셨을까를 생각할 때마다 미안하고 부끄럽고 죄송했습니다. 한민족의 유사 이래 가장 잘산다는, 그리고 아침에 한 유명스타가 기침만 해도 전 국민이 저절로 알게 되는 정보화시대에, 우리는 일제강점기라는 참혹한 시대에 말 그대로 참혹을 온 몸으로, 맨 정신으로 겪어낸 그분들의 한과 아픔을 풀어주지도 달래주지도 못하고 한 분 한 분 떠나보내고 있습니다.

그동안 그분들의 한을 위로하고자 나름대로 시를 써보았지만 상징과 압축이 미덕인 시로써는 위로의 말을 다 담아낼 수 없었습니다. 그러다가 우리 전통의 어법인 가사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44보라는 연속체율격을 기본으로 하되 기계적 율격은 지양하는 현대적 해석에 의해 저는 시 쓰기에서는 느끼지 못 했던 자유로움을 느꼈습니다.

수상작 꽃잎의 흉터는 위안부할머니들의 을 우리 전통의 한풀이인 씻김굿을 통해 풀어보고자 5부로 나누어서 시도한 작품입니다. 1부 꽃: 흉터, 2부 잎: 북소리, 3부 의: 고풀이, 4부 흉: 씻김, 5부 터: 길 닦음으로 소제목을 붙이고 3부까지는 순수하게 가사로 창작을 시도했고 4부와 5부는 그동안 썼던 시를 가사로 재창작 했습니다. 시를 쓰면서 표현의 한계에 달해 가랑비처럼 답답했다면 가사로 쓰면서 소낙비를 맞듯 시원함을 느꼈다고나 할까요?

어떤 사람이나 생의 여로에서 시적인 순간을 만나게 됩니다. 모든 문학의 장르를 버무려 알곡만 뽑아놓은 가사는 그 시적인 순간의 서사와 서정을 융합하는데 가장 자유로운 장르입니다. 그래서 일본 종군위안부피해자님들의 증언을 토대로, 그분들의 서사와 한을 담아내는데 꼭 맞는 장르가 가사라고 생각했습니다. ‘꽃잎의 흉터100만분의 1이라도 그분들의 한과 설움과 억울함과 아픔을 씻겨드렸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부족한 작품을 뽑아주신 심사위원님들과 가사의 부활을 위해 물심양면으로 지원을 아끼지 않는 담양군에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2016. 단풍 고운 가을에

전숙 삼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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