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아, 표해록!
-금남공 최부선생을 그리며
전숙
도포자락 휘날리며 풀피리 불고 가는 역사의 꽃송이
바람결에 실려 오는
조선 선비의 묵향에 그윽하게 취
하노니
강물 같은 충효와 백두산의 기개는 먹빛 꽃잎이어라
머나먼 중국대륙 팔천여리
치욕의 벼랑에서도
은하수 같은 학식과 왕대 같은 정의감으로
명나라를 감복시킨 조선의 큰 어른이여!
이제 수수 백년을 거슬러
조선의 대 선비정신을 꽃피운 님의 향기 따르오니
느닷없는 광풍에 풍전등화 같던 사십삼의 생목숨
언행일치, 칼날 같은 선비의 예지로
이역만리 낯선 바람의 막막함을 물리치고
사십삼 오롯이 고향에 되돌림은 오늘에도 기적이라
실바람에도 흔들리는 어린 가지를
때로는 햇살로 북돋우고 때로는 낙엽으로 질타하며
깊이와 높이를 키우는 정자나무처럼
상하좌우를 인의(仁義)로 보살핀 님의 음덕이라
실핏줄이 터지는 질곡의 시간에도
수차를 배워와 목 타는 금수강산을 먹이는
횃불처럼 타올랐던 애국애족의 그 충정
차마 불씨 한 올이라도 무심히 흘려보내리까
너덜겅을 기어오르는 눈물의 행로에도
경항대운하에 펼쳐진 만 가지 풍물을
해 같은 귀로 새겨듣고
달 같은 눈으로 꿰뚫어보고
바다 같은 마음으로 한 땀 한 땀 풀어서
수놓듯이 써내려간 만고에 청청할 기행문
표해록 오만사천 자,
가을낟가리처럼 세계의 역사를 배불리는 우리의 고봉밥이여!
출처 : 나주라는 세상이야기
글쓴이 : 호호아줌마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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