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스크랩] 겨울눈...전숙

전숙 2014. 6. 17. 23:35

 

 

 

겨울눈

                                      전숙 

 

빙판길에 첫새벽이 후들거린다

시장골목 등 굽은 겨울눈이

마지막 저항처럼 얼음 각을 세운 동태를

한평생 냉골이던 자신의 팔자라도 된다는 듯이

두 눈을 질끈 감은 채 토막 내고 있다

 

까치발 아침놀부터 안짱다리 저녁놀이 되기까지

저 겨울눈 무엇을 기다리는가

청춘과부에 발가락이 얼음 들고

유복자에 귓불이 얼어붙고

그 유복자마저 그녀의 한숨에 열매 한 점 걸어둔 채

저수지에 살얼음으로 드러누워 버린 밤

 

생의 빙판이 후들거릴 때마다

가슴에 든 살얼음이 서걱거려

심장에 흑장미 문신이 있는 저 겨울눈

 

막장 같은 추위는 비닐앞치마에 쓱쓱 닦아내고

눈보라치는 생의 빙판을 육자배기로 떠밀고 간다

 

빙판 끝에 날개를 숨긴 봄이 깨어나고 있다.

 

 

161

피아노의 숲 中 '생각의 끝에'

 

 

출처 : 나주라는 세상이야기
글쓴이 : 호호아줌마 원글보기
메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