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눈
전숙
빙판길에 첫새벽이 후들거린다
시장골목 등 굽은 겨울눈이
마지막 저항처럼 얼음 각을 세운 동태를
한평생 냉골이던 자신의 팔자라도 된다는 듯이
두 눈을 질끈 감은 채 토막 내고 있다
까치발 아침놀부터 안짱다리 저녁놀이 되기까지
저 겨울눈 무엇을 기다리는가
청춘과부에 발가락이 얼음 들고
유복자에 귓불이 얼어붙고
그 유복자마저 그녀의 한숨에 열매 한 점 걸어둔 채
저수지에 살얼음으로 드러누워 버린 밤
생의 빙판이 후들거릴 때마다
가슴에 든 살얼음이 서걱거려
심장에 흑장미 문신이 있는 저 겨울눈
막장 같은 추위는 비닐앞치마에 쓱쓱 닦아내고
눈보라치는 생의 빙판을 육자배기로 떠밀고 간다
빙판 끝에 날개를 숨긴 봄이 깨어나고 있다.
피아노의 숲 中 '생각의 끝에'
출처 : 나주라는 세상이야기
글쓴이 : 호호아줌마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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