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맑음시

5.18 31주년 추모시 ---목숨으로 길어 올린 민주의 빛이여!

전숙 2011. 5. 12. 11:10




        목숨으로 길어 올린 민주의 빛이여! /전숙 빛나는 봄날입니다 빛의 아이가 상모를 돌리고 있습니다 열두 발 죽음의 어둠을 건너서 새푸르게 돌아왔습니다 때로는 분노가, 때로는 슬픔이 무너진 희망을 일으켜 세울 지렛대가 된다지요 손에서 손으로 번져가는 겨자씨 같은 짠한 마음들이 목숨을 내놓을 아름드리 용기가 되었습니다 가장 낮은 풀씨가 인류애를 지탱할 참빛이 되었습니다 가슴마다 압제에 화인당한 똑같은 흉터를 가진 작은 주먹들의 용기가 한 땀 한 땀 수 놓여 낮음으로 낮음을 들어올리고, 짓밟힘으로 짓밟힘을 일으켜 세워서 어둡고 그늘진 곳마다 목숨으로 길어 올린 민주의 빛을 퍼뜨립니다 그날로부터 서른 한 줄기의 바람을 맞았습니다 아픈 역사가 아물어 부활한 줄 알았던 평화가 덧나고 피고름이 흘러내리는 상처들이 앓아누워도 흉기들은 감쪽같이 사라져버리는 또 다른 광주들을, 꽃들의 열매로 남겨진 우리는 그저 빈 가슴으로 빈 가슴으로 위로하고 있습니다 인권을 밑바닥까지 짓밟아 뭉개는 무참한 발톱에 뜨거운 심장 하나로 당당히 맞섰던 ‘광주’는 아직도 계속되는 신열로 몸부림치는 혈관마다 펄펄 끓는데 ‘광주’는 차디찬 혀끝에서만 청보리밭처럼 남실거리고 뜨거운 심장에서는 낡은 깃발처럼 사위어갑니다 빛이여, 빈 십자가를 지고 서 있는 우리가 못 잊혀서 그날의 그 상처 그대로, 그날의 흐느낌 그대로 죽음 너머 빛으로 되짚어 오신 임이여, 다섯 손가락 중 어느 하나라도 웃지 않으면 결코 웃음 웃는 손이 될 수 없듯이 온 누리의 모든 생명들이 웃는 그날까지 그래서 우리 모두의 아름다운 참푸른별이 되기까지 오월의 빛이 스러질 수 없는 이유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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