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맑음시

울음소리/전숙

전숙 2011. 1. 15. 08:37



Blue Gull
          울음소리 전숙 호곡성이 세상을 뒤덮어야 하는데 아무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아무소리도 들리지 않는데 잠을 잘 수가 없다 성대를 거세당한 누군가 입만 벌리고 있다 내 자식 살려내라 내 아빠를 돌려주세요 치맛자락을 붙들고 늘어졌으면 두 다리를 뻗고 땅을 치며 통곡을 했으면 저 하늘이 저토록 어둡지는 않으리라 한반도는 지금 들리지 않는 울음소리로 잠을 설치고 있다 축사시멘트벽 곰팡이 낀 볏짚아래 피범벅이 된 발굽으로 ‘신은 죽지 않았다’고 새겨놓은 글귀를 한 백년쯤 후에 누군가 굽이치는 강물이 되어 바라보리 저기 축사밖 십리쯤에 서있는 굴참나무가 증인이 되어 그때야 때늦은 촛불을 켜리 그대여, 들리지 않는 울음소리를 들어본 적이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