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에는 순백의 토끼 같은
그런 예쁜 복을 짓자 **
*전숙*
청머리는 첫새벽 우물물에 기도하듯 감아 쪽지고
손톱발톱은 언제나 시작인 초승달처럼 깎아내고
삶아 빤 걸레로 해의 흑점까지 달래듯 숨겨주고
새롭게 단장한 그녀가 온다
보이지 않는 세상의 눈물이 북풍을 품으면
세상에서 가장 순결한 눈꽃으로 피어나듯이
이제, 우리 안에 그녀를 품으면
우리도 첫입맞춤 같은 설레임으로 피어나리라
그 해후의 날에 서두르다가
여름부터 가슴에 길러온 겨울눈을 잘라버리거나
얼어붙은 땅을 눈물로 녹이고
꽃을 피워내는 설련화를 밟아 뭉개지는 말자
자식을 위해서는 바닥없이 자신을 낮추던
우리 어머니들처럼,
저보다 키 큰 누구에게도 삿대질 않고
아무 귀퉁이에서나 수줍게 웃는 풀꽃처럼
무릎을 굽히고 고개를 숙이고 허리를 구부려서
나를 버리고 우리 모두 서로를 품어
북풍을 만나면 눈꽃이 되는 복을 짓고
남풍을 만나면 보슬비가 되는 복을 짓자
모든 피어나는 것들처럼
우리 생의 꽃대에 거름을 주듯
순백의 토끼 같은 그런 예쁜 복을 짓다보면
어느새 꽃답게 피어있을 우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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