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에서/전숙 지하철벤치에는 언제나 마주 바라보는 은사시나무들이 있다 간절한 기도 같은 마음덩굴이 돋아나고 겨울햇살처럼 따뜻해진 서로를 감아오른다 그 온도차 때문에 세상은 때 아닌 한기가 든다 오가던 말은 기억나지 않아도 돌이킬 때마다 번개 칠 저 감전의 시간 머나먼 생의 구들을 데울 저 행복한 불씨 언제까지나 감아 돌 저 비린 향기 주위를 서성이던 바람도 방해하지 않겠다는 듯 서너 발자국 앞에서 눈길을 멈춘다 스치듯 벤치에 기울이는 수많은 고막들 떨리지 않아도 모두들 듣고 있다 저 깊은 곳으로부터 밀려오는 기억의 서랍을 한바탕 헤집으면 어떤 눈동자는 첫사랑별이 되고 어떤 눈동자는 마르지 않는 샘이 된다 마지막 약속처럼 다음 지하철이 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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