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맑음시

민들레--전숙

전숙 2010. 3. 29. 09:23



**민들레**
                    *전숙*
민들레가 봄길에 들어섰을 때 
아무도 꽃방석을 내주지 않았다
아니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민들레는 봄의 귀퉁이에서 
길손을 기다리고 있던 몇 장의 잎방석을 깔고 앉았다
모두들 화려한 말잔치 중이었다
자기 향기를 내세우기 위해 목청을 돋구느라
남의 말에 기울이는 귀는 없었다
민들레는 나지막이 앉아 모두의 말을 들었다
달팽이관의 융모들이 민들레의 몸을 덮기 시작했다
작은 깃털들이 날개가 되어
민들레의 몸이 떠올랐다
어느 고적한 길에서 민들레와 마주했을 때
나는 그의 몸이 온통 귀임을 알았다
소리 내어 말하지 않아도 민들레는 
내 옹이들의 사연을 알아들었다는 듯
노란 미소를 피워 올리고 있었다.
 

'☆˚ 맑음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걸레의 세례--전숙  (0) 2010.03.30
봄나물--전숙  (0) 2010.03.29
노을--전숙  (0) 2010.03.27
사과--전숙  (0) 2010.03.26
보시--전숙  (0) 2010.03.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