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
---전숙
얘야, 사과라는 우주에는 아기별 다섯 식구가 산단다
백 년 동안에 태어날
또 다른 아기별보다도 많은
꽃가위벌의 눈물이 아기별에게 녹아있단다
꽃가위벌은 한 생 동안에
열다섯 개의 기쁨을 낳는단다
천육백이십 송이의 꽃가루로
경단을 만들어
기쁨 한 알의 입에 물려준단다
사과꽃 이만사천삼백 송이의
대문 앞에 엎드려
귀한 꽃가루를 탁발해온
한 마리의 작고 작은 꽃가위벌은
제 눈물이 다할 때까지
보은의 춤을 춘단다
참으로 우람하고 다디단 사과는 모두
꽃가위벌이 꽃가루받이 해준 것이란다
한 줄기 고독한 바람이
열다섯 번째 꽃경단에
마지막 기쁨을 낳으면
노심초사하던 봄날은 비로소
마음 내려놓은 날개를 가지런히 접는단다
한 알의 사과를 지그시 베어 물면
꽃가위벌의 눈물이
입안 가득 그렁해지며
‘다 이루었다’는 말이 어디선가 들린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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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왕의 남자 OST 돌아오는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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