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맑음시

보시--전숙

전숙 2010. 3. 26. 12:11

보시(布施)/전숙 밤 껍질을 벗기니 작은 명줄이 젖줄을 문 채 졸고 있다 통째로 버리기 아까워 성한 쪽만 도려내어 맛을 본다 혀끝에서 웅성거리던 단맛은 벌레의 단잠 속으로 분자이동이 끝난 뒤였다 남아있는 씁쓸한 그늘 한 자락 벌레에게 미운 마음을 돌리려는데 밤 속살의 검은 멍이 나를 쏘아본다 일 년의 내공을 보시하는데 벌레의 단잠이나 내 혀끝이나 차별하지 않겠다는 단호한 눈빛이었다 등신불은 미동도 없이 엄격한 설법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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