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동초경전/ 전숙
당신을 위해 죽을 수 있다고 생각할 때 있었습니다
삼천리 마디마디 피 끓어 오를 수 있어서
백두대간의 애간장이 끊어지도록 통곡할 수 있어서
이불 뒤집어쓰고 여든일곱 시간 앓을 수 있어서
당신으로 인해 하늘이 얼마나 푸른지
마음 부셔 보아서
그 푸른 하늘에 웃음소리 닿을 때까지
벅차게 날아올라 보아서
행복했습니다
진시황 같은 겨울에도
눈물 반 설움 반인
김.대.중. 여린 잎에 기대어
민초들은 견디고 견뎠습니다
억센 대빗자루에 머릿돌까지 뭉개져도
아침이면 다시 햇살에 반짝이는 거미줄처럼
삼동의 어둠을 건너
승리의 흰꽃으로, 마침내 절정의 황금빛으로
피어나는 인동초, 그 꺾이지 않는 푸르름으로
또박또박 (행동하는 양심)이 써내려간
김.대.중. 당신은
인권과 민주화와 평화와 통일이 어우러져
한반도를 살려낸 한 권의 경전이었습니다
당신의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면서
이름도 모르는 나를 위해
당신의 전 생애를 바쳤다는 걸
저 굽이굽이 뻗어 오르는 인동등에서
끝없이 피어나는 인동화의 꿀을 빠는
꽃등에들의 웃음을 보고야 알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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