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산도에 있는 이순신 장군 동상.
* 충 (忠) 이순신
*
맑음 전숙
무형의 공간에 충(忠)을
세우네
충은 삼지창으로 꽂혀 봉두난발 흩날리며
수루에 홀로 높이 서 있네
忠이 강해지면 역풍이 분다네
배는 뒤집어지고
사공은 노를 놓치리
칼은 비린내 풍기며 살기 등등 피의 춤을 추고
충은 기개 높은 선비춤을 너울거리네
진실은 왜놈의 깎아내린 이마빡에서
빛나네
강한 忠은 적군만이 예감하네
세치 혀로 뒤집어지는 충과 역(逆)
애국충정은 받는 자에게만 용인된 덕성이네
바치는
자는 짝사랑의 허울만 뒤집어쓸 뿐이네
붉은 바다에서는 핑계 없는 무덤들이 억울한
파도를 타네
아군이나 적군이나 의미 없는 개죽음들
머리통이 날아가고 억장에 총알이 박혀도
눈알은 보리개떡을 게 눈 감추듯
삼키네
왜놈 말똥에 박혀있는 알곡 낟알을
꼬챙이로 찍어먹는 유년의 허기는
선조대왕의 쿨럭 거리는 가래침일
뿐이네
충은 달군 인두로 지져지며
노린내 나는
낭떠러지를 걷네
충은 담금질을 당하고 형장이 날아들 때마다
떠나버린 님에게 목이 타네
충은 불충이 되고 불민(不敏)이 되어도
역으로 뒤집어지지 못하네
충은 역을 감히 떠올리지 못하여도
님은 충을 언제든 역으로 패대기칠 수 있네
님과 충과 역은
영원한 삼각관계
각하의 마음 소위 의중意中에 달렸네
충의 그물에서 놓여나는 길은 오직 한 길
뿐이네
필사즉생 (必死卽生)
노량 앞바다에서 충은 비로소 자유의 칼춤을 추네
속곳마저 드러난 소나무 허연 속살
창자까지
말라붙은 눈물겨운 조선 산하에
무색무형의 피가 살풀이로
뿌려지네
2005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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