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은 시집
맑음 전숙
군데군데 헤어지고
누렇게 바랜
낡은 시집 한 권에
어느 시인의 영혼이 눈물처럼 배어있나
살짜기 엿보는데
문득
먼지 한 톨이 날리기에
손톱으로 닦아보니
먼지 같은 생명체가 폴폴 기어가는구나
어드메에서 네 영혼과 시인의 영혼이 부둥켜안고
수십 년 동안 책갈피에서 잠자다가
한 점 햇빛을 보고
시인의 영혼은 나의
영혼으로 스며들고
너는 나의 손톱 밑에 순종하느뇨
그저 눈감고 세월을 바라기할 뿐
그대들에게 시간은 한 톨 먼지인가
불어오는 바람에 날렸다가
결국 제자리에 도로 앉는
먼지처럼
낡은 시집에서 잠시잠깐 바람 쐬다가
다시 서로 부둥켜안고 눈감으면
수십 수백의 세월이 무슨 의미련가
나는 손톱을 가만히 들어올렸다
혹여 라도 그이들을 다칠까봐
조심스럽게
200508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