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맑음시

미안합니다...세월호 희생자님들께

전숙 2014. 5. 10. 09:20



 

 

        미안합니다....... -세월호 희생자님들께 / 전숙 기도하자는데, 기도해야 하는데 기도가 나오지 않는다 무슨 양파 껍질도 아니고 벗길수록 캄캄해지는 나라에서, 파렴치한 선장에게 화를 내다가 더딘 구조작업에 화를 내다가 입만 떠다니는 방송에 화를 내다가 불법 개조한 선박회사에 화를 내다가 어두운 양파나라의 새카만 발톱인 나에게 화를 내다가 盡人事待天命이라는데 파수꾼처럼 제 자리를 지킨 방패가 아무데도 없어서 하늘에 간구할 염치가 없어 기도도 할 수 없고 곡비처럼 한바탕 통곡을 해야 숨이 쉬어질 것 같은데 뒤집힌 세월호처럼 숨길이 막혀서 울음도 나오지 않는다 꽃망울 같은 우리 아이들을 안고 절망의 파도에 휩쓸리다가 깨어나는 악몽의 연속 악몽에서 혼자만 깨어난 게, 또 악몽이어서 스치는 바람까지 백두대간이 누리누리 앓고 있다 의인이 열 명이면 소돔과 고모라도 구한다는데 세월호 침몰은 막장드라마로 끝나는가 가슴을 칠 때 어둠을 뚫고 피어난 희망이 있었다 제 자리를 지킨 꽃들이 하늘길을 열어 주었다 양대홍, 박지영 승무원이 숨길을, 남윤철, 전수영, 최혜정 선생님이 기도길을, 정치웅 학생 같은 살신성인의 눈물들이 눈물길을 터주었다 여섯 살 여동생에게 구명조끼를 입혀 침몰해가는 배 밖으로 밀어낸 일곱 살 오빠의 고사리손, ‘엄마, 말 못할까봐...사랑해.’ 우리가 지켜주지 못한 우리의 아이가 마지막 숨결에 띄워 보낸 마침표는 사랑이었다 그리고 오월처럼 피어나는 자원봉사꽃들의 눈물겨운 향기들 진흙수렁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피워 올린 몇 송이 연꽃의 향기가 의인이 되어 위로 받아야할 꽃들이 길을 잃은 우리를 위로하고 있다 주먹 몇 번 쥐었다 펴면 오늘의 아픔을 까맣게 잊고 또 다른 세월호에 어린 꽃망울을 떠나보낼 양은냄비보다 더 얇은 양파껍질들의 숨길을 열어주고 있다 제 자리를 지킨 어여쁜 꽃망울들아, 제 자리를 지키지 못한 미운 어른으로서 미안합니다....... ******************** 마지막 한 사람이 국민의 대표다 -세월호~ 끝나지 않는 통곡 /전숙 이제 그만하자고 한다 수백 명 중에 남은 사람 몇몇이니 그만 되었다고 한다 할 만큼 했다고 한다 자식 팔아서 무슨 영화를 누리려느냐고 악플을 단다 그러나 부모의 바람은 한가지다 사랑하는 자식, 내 손으로 좋은 곳으로 보내주고 싶을 뿐이다 오 분 후에 수장될 줄 모르고 깔깔대는 아이들 누군가 구해줄 줄 알았기에 그 믿음이 아이들에게 평화를 주었다 엄마아빠 미안해 헬리콥터 소리에 불안이 희망으로 바뀐다 다 살 건데(다 구함을 받을 건데) 무슨 소리야 살아서 만나자 동영상이 믿음을 들려준다 그러나 우리는 배반했다 살려주지 않았다, 구경만 했다 그리고 여전히 구경만 하고 있다 깔깔대던 아이들 중 몇은 아직도 캄캄한 절망 속에서 희망을 기다리고 있다 그 기다림 속에 친구가 있다 선생님이 있다 제자가 있다 자식이 있다 부모가 있다 형제자매가 있다 한 명은 5000만분의 일이라고? 한 명을 무시함으로써 오천만이 수장된다 그러므로 마지막 한 사람이 국민의 대표다 김연아의 금메달 한 개가 오천만의 목에 걸려 오천만이 가슴 벅찼던 것처럼 마지막 한 사람이 희망나라의 금메달이다 세상에 절로 떨어지는 만나는 없다 그것이 기도이든 피눈물이든 목숨이든 포기하지 않으면 희망의 등불도 꺼지지 않는다 마지막 한 사람을 찾는 그날 바다 밑이나 바다 위의 기다림도 끝나고 세월호의 통곡도 끝나 노란리본도 풍등을 타고 편안히 떠나리라 우리 가슴에도 절망이 아닌 희망이 닻을 내리리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