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혼부부의 서시
**당신은 내 가슴밭에 뿌려진 꽃씨입니다**
*전숙*
나는 흙입니다
나는 빈 가슴으로 당신을 기다렸습니다
아, 꿈처럼
긴 겨울을 녹이는 봄날의 훈풍처럼
당신은 사랑으로 나에게 왔습니다
우리 이제 사랑의 햇살을 받아
신혼의 싹을 틔우고
두 장의 행복한 떡잎으로 마주보며
가정이라는 걸음마를 내딛습니다
같이 눈을 뜨고 감으며
무성한 잎을 내어
꽃대를 올리고 꽃을 피우기까지
우리는 어쩌면
심술궂은 돌멩이에 수도 없이 넘어지면서
순전한 영혼의 무르팍을 상하겠지요
흔들리는 꽃대궁으로 서서
결혼은 기적이 아니라는 걸,
가정이라는 꽃송이를 피워내는
눈물겨운 여정이라는 걸 알아가겠지요
이제 나는 꽃눈을 틔우며
우리 사랑의 향기를 서약합니다
나는 당신의 마음을 갖되
자유까지 갖지는 않겠습니다
관심인 줄 알고 간섭하지 않겠습니다
내일을 위하여 오늘을 버리지 않겠습니다
차오르거나 이지러지거나
한결같은 달빛이 되고
다름을 탓하지 않는 보슬비가 되고
하루를 의논하는 아침이슬이 되고
노을빛 등진 하루를
위로하는 종달새가 되겠습니다
아침을 든든히 먹고 떠나는
여행이 지치지 않는 것처럼
나는 매일매일 아침밥이 되어
당신을 세상에서 가장 향기롭게 꽃피우겠습니다
나는 흙입니다
나는 빈 가슴으로 당신을 기다렸습니다
당신이 내 가슴밭에 뿌려져
우리의 사랑이 아침놀처럼 환하게 피어나던
아, 우주 탄생의 그 빛나던 순간처럼
죽는 날까지 가슴 뛰며
한 걸음 멀리 당신을 바라겠습니다
마셔도 마셔도 당신은
영원토록 목마를 나의 지극한 사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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