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맑음시

자두꽃--전숙

전숙 2010. 4. 17. 16:54

 
**자두꽃**
                            * 전숙*
잘난 꽃들 치장하느라
세상의 고운 빛들 
몽땅 불려나간 봄날
누구에게도 호명 받지 못한
못난 흰빛에게로 슬몃 다가와
꼬옥 껴안는 못생긴 자두꽃
누구의 꽃도 되지 못한
낮은 것들끼리 물들고 어우러져
보기에도 섬뜩한 
배추흰나비애벌레 같은 
자두꽃이 우화하는 것을 보았다
그리운 것들의 시간 속으로 
흉터뿐인 꽃잎이 스러지면
날개 쳐 오르는 
자두의 황홀한 광채
버려진 묵정밭끼리
상처를 보듬고 눈물을 나누는 일
저토록 뜨거운 일이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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