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맑음시

김근태

전숙 2014. 12. 23. 12:40

김근태

 

                                  전숙

              

가녀린 떡잎이 태풍과 맞서고 있을 때

건장한 나무들은 모른 척 했다

갈기갈기 찢긴 누더기 같은 정신줄을

한 올 한 올 이어서

태풍의 만행을 또.박.또.박. 증언할 때

세상의 정의를 다 잡아먹었다고 착각한

태풍은 하느님께 죄를 자복하였다

제 잣대의 눈금만큼 용서를 받은 태풍은

어린양들의 하늘을 지키는 양치기가 되었다

 

작은 바람들이 하늘을 기웃거리는 동안

어린양처럼 하얗게 웃는 그를 보고

울울창창한 산야가 말쑥한 골프장으로 변할 만큼

무뎌진 양심으로

모진 상처도 아물었으려니 하였다

태풍의 모진 손아귀에 잘근잘근 실금간 상처가

참아내다가 참아내다가

‘우지끈’ 눈물겨운 한 소리로 차갑게 드러누워 버린 밤,

나무들은 비로소 가슴깊이 묻어둔 미안함으로

양심의 촛불을 켜들고

별이 된 그를 오래도록 배웅하였다

 

태풍이 몰아치던 캄캄한 시침이

금수강산을 가리키고 있을 때

‘정의’라는 아이는 미아로 버려져서

굶어죽기 직전이었다

젖이 나올 때까지 칼바람에 제 몸을 저며

모두가 외면한 아이를 살려낸 그는

‘정의’의 젖어미가 되기 위해

잠시 우리 곁에 머문 하늘의 그 누구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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