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젖은 이별* - 전숙- 민들레풀씨처럼 가벼워야한다지 눈물도 말리고, 그리움도 말려서 바람 불어오는 날 철새처럼 홀연히 떠나려면 뼛속까지 비워내야 한다지 사랑이 잉태되는 순간부터 부추기던 마른 갈대도 두 발은 아직 뻘밭에 젖어있는데 가벼워지려고 날개를 털수록 빠져드는 이 천근의 무게는 무엇일까 바람 끝을 잡기도 전에 이별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고 또박또박 멀어져가는 연민의 끝자락엔 비워낼수록 잔설움처럼 들썩이는 것들 이별의 속성을 들여다보면 가벼워지라는 것은 바람의 속임수 떠나는 것은 결국 바람일 뿐 생살이 저미듯 남겨진 뿌리는 선혈이 뚝뚝 지는 노을빛에 사위어간다 선 채로 허물어지는 너를 보느니 차라리 함께 뭉그러지리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