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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승달-전숙

전숙 2006. 4. 30. 14:45

    *초승달* -맑음 전숙- 무심코 들여다본 양귀비 눈썹 같은 초승달 그 눈빛 맞추느라 검은 가슴속에 숨어있는 하늘은 깜빡 잊어버렸다 도시락 속의 누추한 풋김치가 부끄러워 한손으로 뚜껑을 가리고 가난을 젓가락질 하면서 허기와 체면의 경계를 넘나들어 도시락을 비우는 동안 천국의 꽃밭과 연옥의 불꽃이 번갈아가며 나를 올렸다 내렸다 하는데 나는 줄에 매달린 인형처럼 입을 벙긋거렸다가 눈물을 찔끔거렸다가 꼭두각시놀음을 하였다 어머니께서 도시락 싸주시며 공부도 밥심으로 하능겨 당부하신 말씀에 순명하느라 기어이 밥알 한 톨 남기지 않고 풋김치 한 가닥 남김없이 먹어치웠다 어머니 나이로 훌쩍 살아 어머니의 마음을 돌이켜보니 초승달 같은 부끄러움은 미망처럼 덧없는 것이었다 가난은 삶이라는 여정에서 우연히 만난 고샅길일 뿐이다 초승달이 달의 전부가 아니듯이 삶의 일부인 가난으로 인생의 넓은 하늘을 마냥 덮을 수는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