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미망 *
-맑음 전숙-
문득 너의 얼굴이 떠올랐어
너를 만나러 가야겠다고 생각하니
눈앞의 모든 생명체가
갑자기 정물처럼 동작을 멈추더라
세상이 멈추어도 살아가기 위해
나는 여전히 숨을 쉬고
뭔가를 먹고 일을 해야 했어
마음은 너에게로 날아가는데
몸은 현실에 붙박여 있을 때
나는 우화를 꿈꾸는
한 마리 애벌레로 뒤뚱거릴 수밖에 없었어
너의 얼굴 눈앞에 아른거리고
너의 하얀 웃음소리 고막에서 물결치는데
너는 어디에 있는 거니
보고 싶을 때 네 얼굴 볼 수 있고
전화로 네 목소리 들을 수 있고
문자로 내 마음 전할 수 있었던
그때가 얼마나 행복한 순간이었던가
하찮은 다툼도
오히려 미소처럼 작은 설레임이었지
어디에서도 너를 찾을 수 없는데
너는 별빛처럼 나를 보고 있구나
만질 수도 없는 너를 사랑하며
때로는 북받쳐 오르는 허전함에 망연할 때
빗소리에 무작정 기대어도 보고
밤의 어두움에 흔적 없이 숨어도 보았지
가슴에 눈물방울이 아롱질 때면
꼬빡 내 안의 너만을 들여다보았어
너를 보내야한다는 것 알면서도
너도 떠나야한다는 걸 알면서도
마음을 놓지 못하고 부둥켜안는 것인지
이 밤도 어두움에 나를 가두고
밤새 앓느라 뒤채이는 빗소리에 젖으며
내 안의 너를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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