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냉이에게로 가는 길>
-맑음 전숙-
누군가의 가슴에 그렇게 깊이 뿌리내린 적 있었던가
사랑의 그림자에 설핏 허울 두르고
겉 이파리 무성한 채 값싼 향수로 유혹하였지
양은냄비처럼 달았다가 이내 식으면
마른 꽃잎에 띄워 내다버렸어
눈보라 살 떨리는 세월
막막한 어둠을 견디며
잡초 속에 파묻혀
희망을 알리는 작은 몸짓
아기솜털 같은 상큼한
봄을 기다리는 미각에
감칠맛으로 안겨오는 신부
입안 가득 울리는 해맑은 웃음소리
갓길부터 달래어 조심조심
그 속내 온전하게 찾아내면
살풀이춤 펼치는 듯 단아한 자태
실핏줄까지 배어있는 향은
자근자근 씹지 않으면
그 마음 내보이지 않아
그런 인내로 누군가의 영혼까지 뿌리내려
그이의 향이 녹아들도록 사랑하였던가
냉이에게로 가는 길은
화려한 포장길도, 기름기 잘잘 흐르는 고속철도 아니다
연노랑 모자 눌러쓰고 호미 한 자루면
한 여린 눈물이, 어둠을 녹여
향기로 깔아놓은 비단길을 만나는 것이다
어찌 삿된 마음으로
한 생의 피맺힌 향을 음미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