볏짚 한 단으로 오신 어머니
맑음 전숙
마지막 한 톨까지 다 내어주고
눈물만 둘둘 말려
다소곳 단정한 볏짚 한 단
젖어드는 어설픈 황금눈빛
초점까지 골똘히 들여다보면
정겨운 어머니 사뿐히 걸어오신다
누렁송아지 살포시 품에 안아
첫젖 물리시는 어머니 쇠죽에는
지푸라기 오물오물 되새김질 포실하고
토담집 바람에 스치는 빈 하늘
올가을 이엉으로 지붕 이는 초가 삼 간
등 구부려 포근히 덮어주시는 어머니
품안 가득 나락들 품어주시려
가마니로 촘촘히 짜이신 어머니
갈라진 맨발 안쓰럽게
짚신으로 삼아서 감싸주시는 어머니
큰길로부터 어긋나게 비켜서서
아무 삼시랑 발길에도 짓무르는
고샅길에서 바닥을 기는 하치않은 들꽃도
가슴 밑바닥에는 어머니 사랑 같은
벌나비 갈증 풀어 줄
단꿀 한 모금 들어있는 법이다
겉눈 설피 뜨고 속마음 크게 열어
조그마한 옹달샘 지그시 견디노라면
못해도 어머니 사랑 한 바가지씩은
퐁퐁 솟아나오는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