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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쥐가 갉아댄 것은 생쥐의 영혼뿐이었을까?

전숙 2005. 10. 29. 10:49
 

생쥐가 갉아댄 것은 ‘따’의 영혼뿐이었을까?

                                       맑음 전숙


시궁창의 생쥐 한 마리 인간의 영혼을 갉아댄다

멈추면 탐욕의 송곳니 제 뇌수를 향하므로

생쥐의 본성은 평생 남을 갈구어야 하는 것이다

이웃을 짓밟고 괴롭히는 생쥐의 집념

끊임없는 지옥의 환청으로 무쇠처럼 단단해진다


갈구어라 갈구어라

악마의 송곳니를 받들어라

네가 영웅이다

가장 여린 영혼을 골라라

가장 착한 영혼을 골라라

그를 갈구어서‘따’를 만들어라

따의 순결한 영혼을 파괴해라

따의 눈물을 마셔라

따의 울분을 짜내어

너의 송곳니 회칼로 날카롭게 벼리어라

따의 가슴을 얇게 얇게 저미어 부드러운 회를 떠라

따는 산채로 보시되는 무우채에 못 박힌 광어회

너는 따의 영혼을 파먹고 사는 파우스트


너는 생쥐들의 제왕이다

시궁창이 바야흐로 너의 영지領地다

썩어가는 쓰레기더미에서 너의 영혼도 같이 흐물거린다

악마의 송곳니 씁쓸한 네 인생에게 속삭이리라


영혼을 생쥐에게 팔아먹은 파우스트,

만족하였는가?

행복하였는가?

                                                    200508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