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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의 달

전숙 2005. 10. 28. 22:32
 

도시의 달

                                              맑음 전숙

 

여보시게, 도시의 달은 더 이상 달이 아니라네


도시의 달은 어느 시린 계절부터 꿈을 꾸지 않는다네

이제는 사랑을 가꾸는 연인들도 사모하지 않는 달

누구의 눈길도 받지 못하는 하늘의 정물

지구 주변을 서성대는 허수아비

아무도 달에게서 그 어떤 것도 원하지 않으므로

달은 하루아침에 낭만에서 길가의 돌멩이로 추락해버렸네


자애로운 조언은 잔소리

어둠을 밝히던 등불은 이제 길 아닌 길만 비추고

그림 속의 시든 꽃 한 송이 

영혼이 말라가는 숨 쉬는 화석

유효기간이 지나면

어느 곳에 폐기해야 될지 난감한 정물


그 정물의 눈에 이슬 아롱져도

가슴에 눈보라 휘몰아쳐 핏줄 얼어붙어도

도시의 달을 잊어버린

지나간 것은 망각의 늪에 불법투기 해버리는

배은背恩의 잡초는

하늘의 달이 돌이 되어버린 것처럼

또한 자신이 저절로 어른이 된 것처럼

자신의 뿌리도 저절로 화석이 되었으리라

그리 여기는 것이라네


여보시게, 도시의 달은 더 이상 달이 아니라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