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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홀

전숙 2005. 10. 18. 22:01
 

화이트홀

                                     맑음 전숙


무한궤도를 달리는가

국민여러분의 안전보장 몸보신 위해

오늘밤도 허공에 매달려 감시의 망원렌즈를 번득이는 공안카메라

수고를 백안시하고 감히 누구를 위하여 과속으로 내닫는가

하늘로 뻥 뚫려있는 화이트홀

이번에 새로 난 천국으로 가는 고속도로일까?

지금 시속 얼마를 달리면 저 화이트홀 속으로 빨려들려나


겸손하게 저렇듯 남의 열정 고요히 받아들여

누군가에게 그 빛 정화하여 내쏜 적 있었던가?

순한 그 빛 속으로 달려 들어가면

천국으로 가는 지름길 터널 같은데


아무리 가속페달을 밟아도 부릉거릴 뿐 속력이 붙지 않는다

마음은 내쳐달려 천국으로 떠오르고 싶은데

육신은 중립에 눈금 맞추고

저울질하느라 바쁘니

헷갈린 모터 부릉거릴 밖에


과학적으로 따지면 화이트홀은 다 뱉어낸다는데

그 말에 순응하느라

보름날 중천에서

하얀 앞니도 고르게 활짝 웃는

화이트홀은 목젖 너머로 부어오른 벌건 편도까지

환하게 다 비추어 보이는데

나는 뭐 더 숨길 것 없나

자꾸만 주머니 속으로 손을 구겨 넣으며

중립의 몸으로 더 이상 달리기를 열망하면

저 화이트홀 분명 속으로 나에게 손가락질할 텐데


쭈욱 뻗은 고속도로만 달리다가

생의 내리막 침침한 에움길 고샅길

야광지팡이 하나 의지하고 어찌 애돌아나가려나

푸른 날 축복으로 받았던 온갖 보시

혼자서 다 게눈 감추고 오리발만 내밀다가

제 몸에 받은 보시 고스란히 내쏘는 화이트홀에게서

에움길 고샅길까지 샅샅이 비추어주는 공덕 배우면

가벼워져서 가벼워져서

지팡이 내던지고 저 보름달 속으로 떠오를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