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덕陰德
맑음 전숙
정자나무 그늘에서 땀을 식히며
누군가가 시작한 돌탑에 정성 하나 보탠다
돌멩이마다 작은 기도 하나씩 품고
하늘 향해 한 뜸씩 돌탑 키가 자란다
논배미 개안하게 갖춰놓고
날마다 흐뭇하게 바라보는데
아니, 벼 사이로 쫑긋쫑긋 올라오는
저 화상은 분명 ‘피’라는 놈 아닌가?
이웃 논이 묵정논으로 묵히더니
거기서 웅성거리던
풀 씨, 피 씨 내 논으로 다 날아들었나 보다
그놈들 잡겠다고 제초제 흠씬 뿌렸더니
옆집 밭, 통곡소리 뒷들을 흔든다
내 논에 뿌린 제초제에
옆집 밭의 콩잎 깻잎까지 다 말라버렸단다
나 혼자 농사짓는 줄 알았더니
이웃 논이 내 농사 거들었고
옆집 밭도 내가 돌보았었구나
세상만사가 서로 기대는 것을
세상만물마다에 핏줄이 보인다
피라미 잡으려다 속절없이 떠내려간 검정고무신
엎어지며 달려들어 건져주던 소꿉동무
여전히 피라미들 날쌔게 물살을 가르고
옆집 콩밭 주인이 벗어놓은 하얀 고무신에는
동무의 어린 얼굴 숨바꼭질 숨어있다
돌탑에 동무 마음 하나 더 보탠다
정자나무 손 흔들어 바람 한 점 보내오니
겨드랑이 고슬고슬 땡볕도 쉬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