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회탈>
- 맑음 전숙 -
탈바가지에 인생을 버무린다
눈에 든 오리나무 가슴에 품고
그 나무 살아온 생을 거슬러 자라본다
휘어지고 옹이 진 흉터는 어여쁜 각시탈로 덮어줄까
양달 진 평지에서 제법 번듯하게 걸어온
발자국은 백정탈을 새겨줄까
지화자, 고개 한 번 뒤로 젖히면
하하 호호 웃음이 물결친다
고개 한 번 뒤로 꺾어 세상이 웃음바다면
못 꺾고 아니 꺾을 고개 있으랴
탈바가지 뒤집어쓰고 세월이 뒤웅박 춤을 춘다
탈바가지 뽄새대로
선비로 초랭이로
양반으로 백정으로 인생굿마당 펼쳐진다
탈바가지에 가슴일랑 묻어두고
탈바가지에 눈물일랑 가두어두고
에루화, 소매바람에 세상을 날려보자
어얼쑤, 다리 한 번 쳐들어서
발바닥도 하늘구경 시켜주자
덩기덕쿵, 자진굿거리에 하늘이 돌고
더엉덩, 세마치장단에
쓸개 빠진 애바리 양반님 네 구경났다
하회별신 굿마당 이리 덩실 저리 둥실
한바탕 놀아보면 탈바가지 숨구멍
뻥-이요! 터질라
이 한恨, 저 한, 오뉴월 얼음덩이 녹여보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