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위>
-맑음 전숙-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늘 가윗날만 같을시고
어느 말쟁이가 그러데요
정보 늦은 조상혼령은 차례상도 못
받는다고요
잘난 후손들이 홍길동처럼
동에 번쩍 서에 번쩍
비행기 타고 하늘길 오르락거리니
지방紙榜
붙여 놓은 곳이
필리핀의 어느 골프장인지
미국의 어느 휴양 섬인지 영
헷갈린대요
그래서 말인데요
혼령들이 명당자리에 자리잡힐까봐 전전긍긍 한대요
옛말 그른 것 하나 없지요
구부러진 소나무 선산
지키고 못난 자손 고향 지킨대요
부모님 손잡고 선산에 성묘 가는 길
산길에 쏟아져 내린 달콤한 추억
알밤 줍는 길
초저녁 앞개울 둔치에서
계수나무 그늘삼아 방아 찧는
금토끼와 눈 맞추며
달아 달아 둥근 달아 이태백이 놀던
달아
동무들과 손깍지 끼고
강강수월래 빙글빙글
송편 예쁘게 빚으면 시집 잘 간다는
말에
고사리 손으로 보름달 반죽에
깨소금 고명 넣어 조가비 빚어놓고
시집 잘 가겠네 칭찬에 철없이 벙글벙글
하늘의 열매 보름달 빚어 놓은 송편에
땅 밑의 열매 토란탕을
끓여
땅위의 열매 오곡백과로 차례상을 차려
조상님께 감사드리는 추석절
하늘은 투명하게 푸르러 가이없고
천하 만물 풍성하여
말馬까지 살 오르는 팔월신선
오월부터 농부는 여든 여덟 번
수고하여 올벼를 수확하니
배고프던 시절 일년 중에
끼니 걱정 없던 꿈같은 계절
조상님께 감사하고 일가친척 돌아보세
나들이 길은 근친길이 으뜸이요
꽃구경이 버금이라
수천만 민족대이동
꼬리에 꼬리 물고 마음만 바쁘지 길은 하 세월
한길 가에 코스모스 벙긋벙긋
길품 힘든
귀성길 반겨주네
고향의 부모님 행여 자식 고생 시킬라
개옻나무 피부병에
오빠시떼 벌침 쏘여가며
벌초 개안이 해놓고
참기름 고춧가루 보따리
바리바리 챙겨놓으시네
옆집 삼돌이는 진즉 왔구먼 길이 많이
막힌다냐
기다리는 들뜬 마음 둥실둥실 차오르네
뒷집 개똥이는 바빠서 못 온다고
개똥엄니 눈물 바람 허든디
쎄고 쎈날 뭣이 그리 바쁘다고
혼자 사는 엄니 눈에 눈물 내끄나 잉
오메, 반가운 내 새끼
얼마나 고생혔냐, 어서 들어가자
엄니가 미리 쩌 놓으신
반달 같은 송편 한 입 베어 물면
더도 덜도 말고 오늘만
같을시고
한가위 대보름달
대낮 같은 중천에
덩실덩실 떠오르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