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월의 어느 흐린 날에---- 전숙 앞만 보고 걷는 너의 옆구리를 은근 잡아당기고 싶었어 울고 싶은 너의 가슴을 툭 건드려주고 싶었어 청춘의 뙤약볕에 주저앉아 일어나지 못하는 너의 무릎과 무릎 사이를 가창오리떼처럼 청량한 바람 한 줄기로 건너고 싶었어 제발 한눈 좀 팔아라 팔월처럼 뜨거운 생의 열기에서 봉숭아물빛의 새끼손톱만큼만 비켜서면 안 되겠니 조금 덜 자라더라도 조금 덜 깊어지더라도 모기지론이 모가지론으로 보이더라도 그래서 한 번 더 눈을 비비고 구름 낀 하늘을 쳐다보더라도 하루쯤 흐리면 안 되겠니 모퉁이에서 콧구멍도 후벼보고 할부로 산 명품구두도 계곡의 흙탕물에 처박아보고 눈멀 각오로 능소화 한 송이 몰래 꺾어 한숨 같은 마이너스통장 갈피에 꽂아보고 팔월의 어느 흐린 날에.
출처 : ♣ 이동활의 음악정원 ♣
글쓴이 : 맑음0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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