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아주를 만나다/전숙 이름에 혹하여 무턱대고 명아주를 사모하였습니다. 청려장이라는 높은 뜻을 알고부터, 그녀는 내 안에 뿌리를 내리고 비틀거리는 나를 지탱해주곤 하였습니다. 어느 달빛 사무치게 가난한 날에 그녀를 만났습니다. 그녀의 숭한 얼굴을 보자 마음커녕 눈길조차 주기 싫어졌습니다. 아니, 뭉그적거리는 그녀의 잔상까지 말끔히 지워내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청려장이 나의 퇴행된 척추를 교정하고 있어서 그녀를 도려내려니 나는 앉은뱅이가 되고 말 것 같았습니다. 그제야 명아주의 마음을 들여다보게 되었습니다. 여린 풀대궁을 벼려서 금강처럼 단단한 청려장을 만들어, 누군가의 휘청거리는 몸을 지탱해주려면 겉 매무새 곱게 단장할 작은 틈새도 아까웠을 것입니다. 어머니도 여인일진대, 얼마나 아리따운 꽃으로 피어나고 싶으셨을까요. 나는 누추한 어머니가 부끄러워 한 여름 내내 화려한 꽃만을 쫓아다녔습니다. 명아주는 저만치서 삼복의 화덕에 불붙은 꽃심지를 차가운 달빛에 밤도와 벼리고 있습니다 백공단처럼 우련하게 어리는 달빛이 우물터에서 빨래를 하시는 어머니의 헤진 적삼에 올올이 배어들었습니다. 명아주의 초라한 향기가 내게는 비단꽃향무의 향기처럼 향기로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