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전숙*
새것이라고 생각한 것이 새것이 아닐 때가 있다
헌것이라고 생각한 것이 헌 것이 아닐 때가 있다
새바람을 만나거나 새길에 들어섰을 때
언젠가 그런 일을 경험한 기억이 아물거려
생을 통째로 시간이동해서
헌길을 더듬을 때가 있다
설은 그리움이 중첩된 추억의 바다다
파도의 기억이 개펄에 겹주름지듯
설을 잡아 늘이면 추억의 바다가 펼쳐진다
새하얀 눈썹 휘날리는 산신령도
설은 언제나 가랑이 터진 바지를 입고
누런 콧물이 흐른다
온 식구 둘러앉은 두레밥상처럼
처음도 끝도 없이
잘남과 못남의 타박도 없이
손윗사람은 덕담을 하고
손아랫사람은 세배를 올린다
설이다
가랑이 터진 바지와
코흘리개 해가 만난다
기억을 빨아 설날에 펼치면
묵은 설움 다 지워버리고
빛 고운 추억으로 우러난다
우리 모두 때때추억이 되는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