꺽정이의 이름으로
(촛불집회에 보내는 작은 기도)
*전숙*
누구도 오지 않는 길, 버려진 시간
낮고 못나고 너무 어두워서
넘보는 눈길도 없는 그런 곳이면
금세 달려가서 터를 잡고
땅힘을 키우고 기다리는,
손님이 와서 무시하고 닦달하면
문전옥답 선선히 내어주고
괴나리봇짐 같은 눈물 꾹꾹 눌러 들쳐 메고
바람을 날개삼아 훌쩍 떠나는 생이 있다
갓 눈뜬 풀꽃의 심장을 깔고 앉은 장미, 함빡 웃고 있다
그러나 짓뭉개진 가슴에도 불꽃같은 열정이 있어
북두칠성과 달과 샛별이 깊은 골짜기에 태동하고 있다
떠나는 풀씨를 바라보는 노을눈자위
껍질 벗겨진 생살처럼 저미듯 핏물 번진다
붉게 젖은 이별만큼 홀로 떠나보낸 밤은
또 얼마나 고샅 안창처럼 답답할 것인가
배경이 어두울수록 들풀의 열정은
찬란하게 폭발한다
낮음으로 낮음을 들어올리고
못남으로 못남을 덮고
어둠으로 어둠을 밝히는
꺽정이들 합창 소리에 장미꽃 심사가 들끓어도
또 다른 별에서는 울타리 친 마음들 활짝 허물고
옹기종기 기댄 촛불 씨앗
우렁찬 첫울음에 달, 머리부터 들이밀더니
어느새 두둥실 발가락까지 꼼지락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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