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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28주년추모제 추모시-국립518민주묘지

전숙 2008. 5. 20. 12:23

 

5.18 28주기 추모시

오월의 ‘가심에피’는 아무셨는지요

                                 전숙


어머니, 저도 어머니처럼 순한 가시가 되고 싶었습니다

오지랖 넓은 마음을 펼쳐, 번득이는 살기를 막아내고

품안에 깃든 뭇 생명을 감싸 안는 가시처럼

어머니는 어린 나무들의 순한 바람막이셨지요

무등의 오월은‘화려한’꽃밭이었습니다

돌연히 휘몰아쳐 광란의 춤을 즐기던 쓰나미의‘휴가’는

꽃나들이하던 평화를 밑바닥까지 뒤집어 흔들었습니다

무참하게 일그러진 꽃밭의

간절한 기도는 핏줄 핏줄이 터져 흩날리고,

무등으로 달려오던 길들이 풀썩 주저앉고

머리띠 질끈 동여맨 불초롱마저 빛을 놓아버렸습니다

매듭매듭 부어오른 무등의 관절들이

깊은 동굴에서 아프게 아프게 울었습니다

‘내미는 손 그냥 지나치는 법이 아니란다’늘 당부하셨지요

땅이 움푹 꺼지는 그 막막한 허당에도

우후죽순처럼 돋아나는 마음들 있었습니다

분연히 떨쳐 일어난 푸른 혈맥의 가시들은 

마음 마음을 모두어 주먹밥을 뭉쳤습니다

짠한 상처들의 눈물로 뭉쳐진 주먹밥은

그 아픔의 뿌리가 너무 깊어서

아무리 사나운 파도가 덮쳐도

차마 마주 잡은 손을 놓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무등의 운명 같은 아픔을 도려내고

다시는 순한 눈물들이 상처입지 않도록

캄캄한 꽃밭의 겨울눈을 깨우는

봄갓밝이의 첫울음이 되었습니다

어머니, 언제까지나 돌이키지 못할 것 같던

검은 무등에도 지금쯤 새살이 차올라

어린 갈맷빛 수줍게 빛나는지요

돌아온 꽃밭 가슴 가슴 함초롬히 피어난

누이도 그날의 햇새벽처럼 곱게 웃는지요

‘엄니’부르며 금방 들어설 것 같은 빈자리

꿈결처럼 어루만지면, 구곡간장 굽이굽이

밤새 에돌아 울먹이던 ‘가심에피’는 아무셨는지요

어머니, 저도 어머니처럼 순한 가시가 되고 싶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