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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리향, 그가 돌아왔다-전숙

전숙 2008. 3. 31. 22:42

 



      *천리향, 그가 돌아왔다*
                              *전숙*
      와락, 온몸에 소름이 돋는다
      헐레벌떡한 그의 숨소리 
      익숙한 체취 
      출렁거리는 파도가 
      기억의 바다를 두레박질하고
      나는 달뜨고 만다
      하여도 돌아보지 않겠다
      모르는 척 뜸을 들이리라
      슬몃 애간장 태우리라 
      눈바람을 헤치며 달려온 
      길바닥의 굴곡이 등뼈에 사무쳤을까
      그는 한번에 나에게 건너오지 못하고 
      서너 번을 주저앉고 만다
      기다리는 나를 위해, 
      영혼까지 씻어줄 
      맑은 향기를 빚느라 
      편지 쓸 촌음도 아꼈을
      고통의 시간이었으리라
      나는 돌아서서 
      육신의 창문을 죄다 열어젖히고 
      향기의 초침까지 들이마신다
      내 기다림에 통곡 같은 
      그의 노동이 오롯하게 스며들도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