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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날, 그 정겨운-전숙

전숙 2008. 1. 30. 17:18

설날, 그 정겨운 / 전숙 데굴데굴 구르다가 문득 멈추어선 돌부리 표정이 함빡 흐뭇하다 이맘때면, 저를 끌어당기는 뿌리의 인력 때문에 자꾸만 기울어지는 몸이 행복한 것이다 여전히 저를 향해 깊숙이 뻗쳐있을 돌아가 안기면 아귀가 꼭 들어맞을 들창에 호롱불 긴 그림자 꾸벅거리고 군불 뜨겁게 일렁이는 집이 성큼 다가선다 철새처럼 늘상 날갯죽지 끄트머리가 시릴 때도 응달진 뜨락 간질이며 모락모락 데워주는 햇귀마냥 기댈 마음받이가 있어 돌의 얼굴엔 어두운 이끼가 끼어들지 못했다 누덕누덕한 빈 몸이라도 돌아가 그 아늑하고 뭉클한 향기에 실뿌리를 푹 적시고 와야겠다고, 그래야 다시 한해를 목마르지 않고 견뎌낼 수 있으리라고 척박한 손바닥에 작은 풀꽃 한 송이 피워 올리지 못했어도 돌은 아랫배가 불룩해진다 설날, 그 정겨운 기다림이 사립문에서 여전히 눈물짓고 계시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