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마지막편지-전숙

전숙 2007. 11. 4. 08:37

    *마지막편지* - 전숙- 늦가을 손님이 찾아왔다 기다리던 손님이 모두 다녀간 뒤에 이제 끝물이려니 하고 고실라진 화단에 일별을 보내는데 꿀벌은 벌써 마지막 손님 맞느라 분주하다 국화가 제 마음을 담아 꿀벌촌에 향기초청장을 보낸 게 분명하다 겨울준비를 끝내고 손발 닦고 창문 걸어 잠군 꿀벌들이 죄다 몰려나왔다 마라톤처럼 숨찬 여정을 마치고 하늘이 노랄 때 수건을 들고 기다려주는 이가 있다면 지친 발걸음에 박수가 쏟아진다면 그 길에는 뿌듯한 향기가 진동할 것이다 만남은 얼마나 아름다운 것인가 하여도 외로운 땀방울을 닦아주기 위해 얼어붙은 손발이 동동거렸으리라 와야 될 것들이 오고 올 줄을 믿는 기다림이 서로의 곤고함을 이겨냈을 때 우리는 어긋나지 않는 기적을 볼 수 있다 오늘도 우리는 수없이 만나고 헤어진다 그것들이 별것 아니게 보일지라도 각각의 만남마다 달려가는 땀방울의 수고와 기다림이라는 고통을 외롭게 견뎌야 아름다운 국화를 볼 수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