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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백양-전숙

전숙 2007. 10. 6. 11:43
 

가을백양

                            전숙


백암산은 시방 생리중이다

생리는 만남이 어긋날 때

기다림이 통곡하는 것이다

우리는 늘 누군가를 기다리고


만남은 설핏 스쳐야 아름다운 것인가

나 오늘 그대에게 왔다가

먼빛 그림자만 스치고 간다


나는 오늘밤 선홍빛 생리를 하리

상한 애기단풍잎 한 장 울먹울먹 흘러가리

완성되지 못한 사랑의 낙엽

우리들 가슴에 켜켜이 묻히면

따뜻한 깃털이 되고

기꺼운 양분이 되어

서러운 상처에 새살 돋듯

어느 봄날에 환한 미소로 피어나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