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틀 무렵
전숙
고향 동구에서
낡은 평상을 만났습니다
아버지를 마중하시던 어머니
바지랑대에 내걸린 헌 적삼처럼
곤한 길손을 반겼습니다
한창때의 푸르름은 그 빛이 바래이고
누군가의 발품에 닳아서
구멍 나고 헤진 가슴이
얼기설기 얽혀있었습니다
미처 평상에 앉기도 전에 첫차가 왔습니다
버스에 오르면서 뒤돌아보았습니다
낡은 적삼이 어찌나 망연해 보이던 지요
버스를 떠나보내고
평상에 속절없이 주저앉고 말았습니다
먼 산을 서성이던
적삼의 입추리가 설핏 들리고
머리카락에 흩날리던 바람이 고요하였습니다
앞산 잔등 안개구름엔 참꽃이 피어
어머니 꽃시절 입술빛처럼 참 고왔습니다
지난 한가위 다음날 동틀 무렵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