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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숲쟁이-전숙

전숙 2007. 8. 1. 15:53
여름 숲쟁이

 


                             전숙

 

알몸으로 걸어가는 팽나무를 만났습니다
나무는 숲쟁이를 가로지르더니
송신탑에 걸쳐두었던
푸른 옷을 싸목싸목 입었습니다 
땀으로 범벅 진 하늘을 늘어뜨려서
이내 얼굴을 닫아걸었습니다
나는 짐짓 어깨를 툭 치며
웬 시치미? 하고 농을 걸었습니다
나무는 긴 그리메를 드리울 뿐
입도 벙긋 안하더군요
무덥고 찌뿌뚱한 여름날에는
나무도 하안거에 몰입하기에
사지가 꼬이는 모양입니다
한낮의 졸음바람 소록소록 몰려들고
한바탕 죽비 쏟아집니다
그래도 오백년 동안
나무가 넌출넌출 닦아온 그늘은
여전히 참 시원하였습니다.

 

*숲쟁이: 호남삼대명촌 나주노안금안동에 있음
         팽나무 숲이 오리에 걸쳐 무성하였었다함

 

 

전숙 시민기자 ss8297@naver.net